[한우덕의 13억 경제학] 중국주식(62) “환갑잔치와 주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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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요즘 환갑잔치 준비하느라 부산합니다. 10월 1일 중국공산당 건국기념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주 성대하게 치를 요량인가 봅니다. 천안문 앞 건국로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열병식도 준비 중이라고 하네요.

잔치 분위기도 만들어야 합니다. 모두가 참여하는 축제의 장이어야 할테니까요. 그래서 중요한 게 주식시장입니다. 주가가 급락한다면 환갑잔치에 대한 열의가 많이 떨어질테니까요.

중국당국도 많이 신경 쓸 겁니다. 최근들어 당국자들의 '주가 띠우기'성 발언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중국주가는 '건국절 주가'가 형성될까요?

최근 베이징 방문 길에서 한 에널리스트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친구 대답이 가관이더군요.

"작년 올림픽을 봐라. 당국이 인위적인 부양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모두 주가상승을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어쨌나. 올림픽이 열렸던 작년 8월8일 상하이주가는 2605.72포인트를 기록했다. 연초보다 50%이상 폭락한 수준이다. 당초 예상이 크게 어긋난 것이다"

기억이 생생합니다. 올림픽이 열렸던 바로 그날 상하이 주가가 폭락했던 것 말입니다. 4.5%가 빠졌지요. 그리고 한 주일 동안 쭉 빠지더니 결국 10%이상 밀렸습니다. '올림픽 특수'는 없었던 겁니다.

비슷한 예를 또하나 들어볼지요. 이번에는 1997년 7월 1일 있었던 중국의 홍콩반환입니다. 대단한 경축행사였습니다. 1840년 발발한 아편전쟁으로 빼앗긴 땅을 다시 찾아오니까 말입니다. 그해 내내 빼앗겻던 막내 찾아오는 기쁨에 중국은 흥분했습니다. 주가가 그 분위기 망쳐서는 안 될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주가는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반환 후 첫 거래일이었던 1997년 7월 2일 주가는 1199.1포인트로 5월 고점(1510.2)에 비하면 20.6%나 밀렸습니다. 국가적 경축행사 분위기가 주식시장에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통계를 보니까 상하이증시가 설립된 후 18번의 건국기념일(10월1일)을 맞이했습니다만, 이중 건국기념일을 앞둔 9월에 주가가 오는 해는 7번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11번은 떨어졌던 겁니다.

이번 건국기념일은 다른 어느 해보다 의미가 깊습니다. 환갑이니까요. 주가는 어떻게 될까요?

분위기는 그리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당국이 인위적으로 주가를 붙잡을 수 있을 지는 몰라도 추락하는 대세를 바꾸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잔치를 앞두고 주가가 다소 오르더라도 잔치가 끝나면 또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주변 여건 상황이 많이 않좋으니까요.

중국건국 60주년에 기댄 막연한 중국주가 낙관은 마땅치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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