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컴퓨터商 '윈도98'값 싸움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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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윈도98 가격을 둘러싸고 마이크로소프트 (MS) 사와 용산전자상가간의 갈등이 깊어가고 있다. 마침내 공정거래위원회가 MS의 윈도98 국내시판가격이 일본.대만보다 비싸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과연 그런지 시장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에 나서는 등 이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

공정위가 국내에 진출한 외국업체를 조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 세인의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윈도98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무엇인지 집중 분석해 본다.

◇ 용산전자상가 주장 = 국내 유통업체들은 윈도98 가격이 13만원이나 된다며 이를 내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MS가 대형 컴퓨터 업체를 위주로 영업을 전개, 조립PC를 만들어 파는 측에게는 할인 혜택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자신들만을 지목하여 불법소프트웨어 복제단속을 하지말라고 요구한다.

이같은 주장을 이해하려면 윈도98의 가격체계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윈도98은 ▶완전정품 CD (가격 25만원) 로 판매되는 것과 ▶기존 윈도95의 사용자가 윈도98로 바꿀 때 판매하는 업그레이드판 (13만원) 이 있다. 이밖에도 ▶학생들을 상대로 한 더욱 낮은 가격의 아카데미판이 따로 마련돼 있다.

대기업 PC제조업체들은 MS와 직접 계약을 맺어 윈도98을 PC에 깔아준다. 이 때문에 새로운 PC를 구입할 때는 윈도98구입비가 PC가격에 포함돼 있어 일반인이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MS는 시중에서 25만원짜리 정품CD가 판매되는 예는 거의 없고 팔렸다 하면 대부분이 업그레이드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조립PC업체들의 얘기는 다르다. 이들 업체는 개당 13만원에 윈도98을 사서 깔아주어야 한다. 이들 업체는 이같은 여유가 없어 불법복제품을 깔아주고 있는데 바로 여기를 MS가 집중 단속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MS측 입장 = MS는 대기업에 파는 가격이 용산상가의 조립PC업체보다 약간 저렴한 것은 사실이지만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MS는 대량 구매를 하는 고객에게 할인해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말한다.

또 한국이 가격에서 차별을 받고있다는 일부 주장과 관련, MS 미국본사는 소프트웨어 유통업체와 계약을 맺을 때 항상 달러결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한국에서 판매되는 가격이 일본이나 대만보다 터무니없이 비쌀 수가 없다고 반박한다.

환율이 비쌀 때 13만원 하던 것을 20만원 이상으로 올렸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며 혹시 13만원짜리 업그레이드판과 25만원짜리 정품CD가격을 혼동했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불법소프트웨어복제에 대해 MS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개별 조립PC만을 집어내 함정단속을 하는 경우는 없다고 해명했다.

◇ 아카데미판을 둘러싼 설전 = MS는 학생들을 위해 주요기능만 따로 추려낸 아카데미판 윈도98을 팔고 있다.

아카데미판은 ▶대학의 학습용은 무료로 배포하고 ▶대학 차원의 단체구매는 5만원 ▶일반학생이 살 때는 7만~8만원에 팔고 있다. MS는 현재 아카데미판을 전국 주요대학 구내서점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용산상가는 아카데미판도 일본처럼 일반 소프트웨어판매점에서 팔라는 것이다. 그러나 MS는 이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일본의 경우 아카데미판은 학생증을 제시하고 팔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이같은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 향후 전망 = MS의 입장은 완강하다. 불법복제에 대해서는 국내 사법당국의 협조를 얻어 계속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관계당국인 정보통신부는 지적소유권 보호를 강화하고있는 국제적인 흐름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가격문제는 MS본사의 결정에 따르는 것으로 MS 한국지사가 구체적으로 언급할 사안이 아니기때문에 윈도98 가격인하를 위해 MS본사측과 접촉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으나 이것도 여의치 않다.

현재로선 MS측과 중소업체들간의 대화를 기대하면서 환율변동과 가격의 관계.타국과의 가격차별여부등 공정위의 조사결과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이민호.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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