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보증 연좌제] 대책은 무엇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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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내년부터 개인대출 연대보증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것이 금융감독원의 방침이다.

금융기관들이 보증없는 신용대출의 비중을 점차 늘리도록 유도하겠다는 것. 그러나 이들이 신용 낮은 고객에게 연대보증을 강요할 경우 막을 방법은 없다.

자칫하면 민법의 '사적 (私的) 자치의 원칙' (개인간의 자유로운 계약을 중시한다는 것) 을 부정하게 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은행들도 연대보증을 갑자기 없앨 경우 가계금융이 경색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증인 보호' 를 위해 다양한 방안이 강구될 수 있다고 말한다.

서울행정법원 이재홍 (李在洪) 부장판사는 보증인 보호의 법제화를 강조한다.

대가없이 보증을 서는 이가 경제적 침몰의 위험을 안게 되는 것은 헌법이 규정한 행복추구권과 인격권에 대한 침해라는 견해다.현행 신원보증법상 보증책임의 범위를 제한할 수 있고, 특별한 사정 아래서는 계약해지가 가능한 만큼 이를 연대보증에도 적용하면 무리없이 법을 만들 수 있다는 것. 단 반대급부가 있는 보증은 예외로 해야 한다고 李판사는 말했다.

'소비자 파산제도' 의 활성화도 거론된다.

현행법상 연대보증에 따른 채무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파산법상의 면책뿐이며, 이를 적극 활용하면 제한적 범위에서나마 정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 개인 대상의 '워크아웃' 인 셈이다.

최근 '새로운 출발, 소비자 파산을 아십니까' 라는 제목의 책을 펴낸 심병연 전주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일단 파산하면 공무원이건 전문직업인이건 자격을 박탈하는 현행 파산법의 자격제한 규정이 문제" 라면서 "미국.일본처럼 파산자도 어느 정도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규정을 고쳐야 한다" 고 강조했다.

보증약관의 손질도 필요하다.

보증인 입장에선 주채무자의 원금.이자 상환상태, 신용위험의 징후 등을 미리 알아야 대처할 수 있는데 현행약관에는 주채무자의 신용에 관한 내용이 거의 없다고 소비자보호원은 지적했다.

이밖에 보증없는 신용대출을 늘리는 방안도 다양하게 마련돼야 한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자금을 지원할 때 이들의 신용대출 실적을 감안하고 ▶중소기업도 외부감사를 받도록 해 회계의 신뢰도를 높이고 ▶신용도에 따라 대출금리차를 확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기획취재팀 = 박의준.박장희.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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