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NMD/TMD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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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과거 미.소 핵전략의 원형은 상호확증파괴 (MAD) 전략이었다.

핵공격을 받더라도 잔존 핵무기로 상대방에 가공할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능력 (제2격) 을 확보함으로써 상대방이 감히 공격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어느 한쪽이 선제공격으로 상대방의 제2격까지 파괴할 수 있거나, 상대방의 핵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대탄도미사일 (ABM) 방어망을 갖추면 핵균형은 깨지고 만다.

1983년 3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전략방위구상 (SDI) 을 발표했다.

이는 ABM을 고도로 발전시킨 것으로 핵미사일을 우주공간에서 탐지.파괴하는 전략이다.

미국은 SDI에 5백억달러 이상 투입했다.

SDI가 실행에 옮겨지면 미국에 대한 핵억지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소련도 이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소련으로선 SDI를 감당할 경제력이 없었으며, 후에 소련 해체의 한 원인이 됐다.

SDI는 많은 무리가 따랐다.

엄청난 시간과 돈, 그리고 기술적 난관이 있었다.

특히 지표 (地表) 가까이 낮게 날아오는 미사일엔 방어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었다.

냉전종식과 소련 붕괴로 전면 핵전쟁 위협이 줄어들자 조지 부시 대통령은 한정된 핵공격을 대상으로 한 핵전략을 구상했다.

이것이 제한공격에 대한 지구적 방위 (GPALS) 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민주당정부는 GPALS를 다시 국가미사일방위체제 (NMD) /전역미사일방위체제 (TMD) 로 바꿨다.

NMD/TMD는 우주공간에는 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는 정찰위성만을 배치하고 요격 (邀擊) 은 지상에서 하는 것이다.

NMD가 미국 본토 방어가 목표인데 비해 TMD는 해외주둔 미군과 동맹국 보호를 목표로 한다.

NMD/TMD는 그동안 추진이 유보돼왔으나 북한.이란 등 '불량국가' 의 미사일 개발이 가시화하자 적극 추진으로 방향 전환했다.

미국은 자본과 기술을 가진 일본이 TMD에 참여하길 원하고 있다.

일본은 TMD에 미온적이었으나 지난해 8월 북한 대포동미사일 시험발사를 계기로 참여 쪽으로 급속히 기울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TMD가 중국 고립화를 목표로 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특히 대만이 참여하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한다.

며칠전 미국 의회가 NMD를 승인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킴으로써 NMD/TMD가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앞으로 TMD를 둘러싸고 동북아시아에 새로운 냉전체제가 형성될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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