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지 애끓는 사부곡…암투병남편 4년째못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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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얀마 군사정권에 맞서 민주화 투쟁을 이끌고 있는 아웅산 수지 (53) 여사가 깊은 슬픔에 빠져 있다.

미얀마 당국에 의해 입국이 거절돼 4년 이상 얼굴도 못보고 있는 영국인 남편 마이클 애리스가 몇달 전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암세포가 이미 다른 부위로 퍼진 '말기암 상태' 로 확인됐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아내를 보기 위해 애리스는 미얀마 당국에 입국비자를 신청했다.

옥스퍼드대 티베트학 연구원인 애리스는 대중연설이 금지된 아내를 대신해 95년 크리스마스 때 대국민 선언문을 발표한 이후 미얀마 재입국을 거절당해 왔다.

애리스는 이번엔 자신이 암에 걸린 상태임을 미얀마 당국에 설명하면서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미얀마 군사정권은 이를 거부했다.

대신 "아픈 사람이 굳이 먼 길을 올 필요없이 건강한 아웅산 수지가 영국으로 가면 될 것 아니냐" 고 제안했다.

이번 기회에 아예 아웅산 수지를 미얀마에서 영영 내보내겠다는 뜻이다.

지난 95년 9월 6년간에 걸친 가택연금에서 아웅산 수지를 풀어준 다음부터 군부는 그녀에게 계속 출국을 종용해 왔다.

하지만 아웅산 수지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88년부터 함께 싸워온 동지들과 미얀마 국민을 떠날 수 없다" 며 눈물을 머금고 이를 거부했다.

결혼 전부터 아웅산 수지에게 "어떠한 일이 있어도 당신이 미얀마를 위해 일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겠다" 는 약속을 했다는 남편도 마찬가지다.

그러자 유엔과 일본.말레이시아.태국 등이 미얀마 정부에 애리스의 비자발급을 요구하고 나섰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아직 이에 대해 아무런 공식적인 응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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