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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평화 방법놓고 이스라엘 여야 서울서 논쟁벌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이스라엘 여야가 서울에서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1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이스라엘 의회 방한 (訪韓) 단의 기자회견에서다.

중동 평화협상을 둘러싸고 이스라엘 의원들은 흡사 그들의 의회를 옮겨놓은 듯 양보없는 공방을 벌였다.

회견 참석자는 단 티콘 국회의장과 집권 리쿠드당 미카엘 에이탄 의원, 제1야당인 노동당의 오리 오르 의원 등. 공식적으로 처음 한국을 방문한 이스라엘 의회사절단이다.

때마침 이스라엘은 5.17 조기총선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의 중동평화 회담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 중이다.

이들은 이스라엘 정세에 관한 한국기자들의 한 두마디 질문에 즉각 시각차를 드러냈다.

온건좌파이며 지난 93년 당시 집권당으로 오슬로 평화회담을 주도했던 노동당의 오리 오르 의원은 "먼곳에 와서까지 집안싸움을 하고 싶지 않다" 라는 말을 서두로 꺼내면서도 자신의 주장은 분명히 밝혔다.

그의 발언은 오슬로 회담의 주된 내용인 99년 5월까지의 평화협정 체결을 이행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힘은 있어야 하나 이것이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며 리쿠드당의 강경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의 발언이 계속되는 동안 에이탄 의원의 얼굴은 굳어졌다.

그리고 즉각 반론을 펼쳤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최측근이기도 한 그는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우리 이스라엘인들은 지금 우리의 존재를 부인하는 이슬람세력에 둘러싸여 있다. 이는 자유세계 전체에 대한 도전" 이라고 역설했다.

에이탄 의원의 목소리는 높아만 갔고, 오르 의원은 아예 머리를 돌려 턱을 괸 채 책상을 두드리는 표현으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중동평화협정 이행을 위한 이스라엘의 고민과 갈등이 여과없이 드러난 장면이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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