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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메일 인터뷰] 청소년 판매금지 음반1호 조PD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니네가 × 같은지 왜 몰러/니네가 그렇게 입을 막고 또 손을 묶고 해도 뭘 잘 몰러/누가 ×같다 안 가르쳐도 다 ×같은 게 ×같은 거지…" 가사에 욕설을 직설적으로 삽입하고 기성세대를 부정적으로 묘사한다는 이유로 최근 공연예술진흥협의회로부터 청소년 유해물 판정을 받은 가수 조PD의 첫 음반 '인 스타덤' 에 실린 '브레이크 프리' 의 한 부분이다.

지난해 10월 국내 PC통신을 통해 등장한 그의 음악은 젊은이들로부터 "화끈하다" "속이 시원하다" 는 평을 얻었고 지난 1월 출시된 그의 음반은 20여만장이나 판매됐다.

하지만 공진협의 결정에 따라 이 음반은 18세 미만 청소년에게 판매가 금지된 최초의 음반으로 기록됐다.

현재 미국 보스턴의 버클리 음악학교에 유학중으로 매스컴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 '얼굴없는 스타' 로 통하는 조PD (본명 조중훈.23) 를 단독 인터뷰했다.

- 이번 결정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선 실망감을 느낀다. 이 음반에서 나는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한 것 뿐이다. 청소년들이 들을 수 있다 없다 문제를 왜 기성세대들이 판단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실제 청소년의 입장은 분명 이 결정과는 다를 것이다. "

- 가사에는 욕설이나 비속어가 상당히 많이 담겨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단 말인가.

"문제가 처음 불거져 나왔을 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슈가 될 것은 예상했지만 이런 결과가 나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

- 왜 이런 가사가 필요한가.

"욕설을 담아야겠다는 의도 같은 것은 없다. 욕설이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 아닌가. 평소 말하듯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표현일 뿐이다. 사람들은 머릿속에만 있는 이상적인 세상과 실제 현실 사이에 갭을 만든다. 왜 그 갭을 둬야 하는지 모르겠다. "

- 혹시 미국 힙합문화의 반항적이고 반사회적인 모습을 모방한 것은 아닌가.

"물론 중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왔기 때문에 힙합은 익숙한 음악이고 영향을 미쳤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도 힙합이니까. 하지만 힙합의 영향은 서너 살 때 들은 조용필 음악이 내 음악세계에 영향을 미친 것과 다르지 않다. 나의 반항적인 측면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국적' 이다. "

- 청소년에게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하지 않나.

"건전한 모습만을 강조한다고 실제로 청소년들이 건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감정 저런 감정들이 있는데 왜 한 쪽의 감정만 보여줘야 하는가. "

- 미국에서도 불건전한 가사가 담긴 음반에 '부모의 지도를 요함' 등의 글자를 눈에 띄게 새겨 넣지 않는가.

"물론 고려했다. '브레이크 프리' 란 곡의 가사에도 '차라리 CD앞에 써 버리지 뭐/이렇게 욕들어 있음/사는 건 소비자가 알아서 해야 할 판단이라는 말씀' 이라는 부분이 있다. 다만 한국에서는 이런 전례가 없어 처리를 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

- 센세이션을 일으킬 목적으로 가사를 그렇게 붙인 건 아닐까.

"절대 아니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그대로를 보였을 뿐이다. 상업적 의도와는 무관하다. "

- 어쨌건 상업적으로는 성공했다. 일부에서는 언론에 의해 과대포장됐다는 주장도 있는데.

"어느 정도 인정한다. 데뷔 초기 '제2의 서태지' 라는 말을 들었다.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평가해준다니 기뻤지만 요즘에는 이런 말들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저 음악만을 갖고 냉정하게 바라봐줬으면 한다. 또 요즘 나도는 '서태지와 만난다' 등의 소문은 사실무근이다. "

- 그동안 얼굴을 숨기려고 노력했던 것도 신비감을 조성하기 위한 것 아닌가.

"가면을 쓰려 했던 것으로 오해하지 말아달라. 나는 그저 좋아서 음악을 만들었다. 그게 우연히 통신망에 올라가면서 알려졌다. 자연 얼굴을 공개할 이유도 기회도 없었다. 또 바로 앨범 발매로 이어졌기 때문에 얼굴을 내비칠 여유가 없었다. 물론 홍보 측면에서는 얼굴을 공개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춤이나 의상 등이 아니라 음악만으로 평가받고 싶다. 물론 내 모습은 이런저런 기회를 통해 더욱 자연스럽게 공개될 것이다. "

- 샘플링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아닌가.

"아직 음악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니까 그런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음악경력은 꽤 된다. 배명중학교 친구들과 밴드생활을 하면서 음악을 시작했다. 뉴욕 근교의 고등학교에 와서도 밴드를 했다. 95년부터는 테크노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DJ활동도 했다. 그때부터 샘플러를 만졌으니 미숙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

- 근황은.

"지난해 입학한 버클리 음악학교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하고 있는데 전공을 바꿀까 고민중이다. "

- 국내 활동계획은.

"학교를 졸업하면 한국으로 들어갈 것이다. TV는 거의 출연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시간을 많이 뺏기는 것 같아서다. 한국에서도 주로 스튜디오에서 작업하고 공연을 통해 팬들과 만날 계획이다. 올 여름방학에 잠깐 들릴 예정이다. "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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