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레이더] 550선서 숨고르기후 재도약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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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투자가는 누구나 "공중 누각을 짓는" 버릇이 있다. 어제까지 울상을 짓다가도 주가가 한번 오르기 시작하면 한없이 오를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고 마는 것이 주식투자가다.

종합지수가 15일 장중 600을 돌파해 2월24일 대비 정확히 20% 올랐다. 불과 보름만의 일이다. 이쯤 되면 잠깐이라도 숨을 고르는 여유가 필요하다.

무슨 말인지 그래프를 보면서 설명해 보자. 현 시점에서 향후 장세와 관련, 예상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크게 세가지다.

①은 곧바로 전고점 (前高点)에 도전하는 경우로, 이렇게 말하면 실망하는 독자들이 많겠지만 확률은 별로 크지 않다. 우선 12월~1월의 급등에 필적할 만한 가파르기가 마음에 걸린다. 이런 식으로 조금만 더 올라도 150일 이동평균선과의 거리가 너무 멀어져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는 극한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더욱이 거래량이 15일 오전중 1억5천만주에 달해 이미 불필요한 에너지 분출 현상이 나타났다.

2월말 하루 1억1천만주까지 위축됐던 거래가 2주만에 3억주를 돌파한다면 마치 뜀박질하다시피 산 중턱까지 올라와 가쁜 숨을 몰아쉬던 사람이 갑자기 다시 뛰기 시작하는 것과 같다.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보다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②로서 100포인트 상승의 일부를 내주고 휴식을 취하는 경우다. 이번 상승을 놓치고 발을 구르고 있는 사람들까지 가세할 기회를 제공해 600 고지의 돌파가 한결 쉬울 것이다.

경험에 의하면, 잠재매수가 약할 경우 지난 하락분의 38%, 강할 경우 62%선에서 쉬는 것이 정상적인데 이번 경우는 후자에 속한다.

계산상으로는, 54포인트 (1월11일의 640 이후 하락폭 142포인트의 38%) 를 회복한 552와 88포인트 (62%) 회복한 586이 전고점을 탈환하는데 극복해야 할 두 번의 고비인데 투자가들의 기대가 워낙 강하다 보니 1차 저지선은 물론 2차 저지선까지 단숨에 내달은 것이다.

시나리오 ②의 바닥은 550 정도로 예상된다. 이는 10월초 저점과 직전 저점 (498) 을 연결하는 새로운 추세선 A를 흐뜨리지 않고 상승 반전하는 점이다.

혹 이 지지선이 무너지면 시나리오 ③으로 진행됨을 시사하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

말을 바꾸면, 이때부터 '498 바닥 재확인' 에 성공할 때까지 가슴 졸이며 지켜볼 수 밖에 없는데 640에서 시작한 조정이 498로 '마무리됐다' 는 말은 더 이상 500을 테스트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음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시나리오 ③에 대한 염려는 당분간 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권성철 증권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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