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지키고 북한은 안지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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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광복절인 15일까지 서로 완료키로 합의했던 군사분계선(MDL) 지역의 선전물 철거가 이뤄지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북측은 지난 7월 19일까지 끝내기로 했던 2단계 선전수단 제거 작업을 마치지 않았고, 우리 측은 2단계 작업을 완료했으나 마지막 3단계 작업엔 착수하지 않았다"며 "광복절까지 상호 비방 수단을 완전히 없애기로 했던 남북의 합의는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북은 지난 6월 초 2차 남북 장성급회담을 열어 MDL 지역에서 확성기.입간판.돌글씨.전광판 등 양측 체제를 서로 비난하는 선전물들을 6월 16일부터 8월 15일까지 3단계에 걸쳐 철거키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14일 북한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직후 북측이 같은 달 19일로 예정돼 있던 2단계 철거작업 검증과 3단계 철거 준비를 위한 실무회담을 거부하면서 3단계 작업은 시작도 하지 못했다.

북한은 또 지난 6월 30일까지 진행됐던 1단계 철거 작업에서 당초 합의와 달리 일부 대남 선전물과 김일성 주석을 찬양하는 돌글씨 등을 철거하지 않았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밝혔다.

국방부는 향후 군사당국 간 실무 회담이 재개돼 북한이 선전물 철거를 다시 약속하더라도 북한의 NLL 침범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6월 장성급회담의 남북 합의서에서는 서해에서의 충돌 방지를 위한 남북 함정 간 핫라인(국제상선공통망)을 운영하고 육상에선 MDL의 선전물을 철거하는 것을 동시에 이행하기로 했으나 북한이 그것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2001년부터 매년 남측의 일부 민간단체와 북한 측이 공동으로 개최했던 '8.15 민족공동행사'는 이번에 열리지 않았다. 정부가 이적단체로 규정된 한총련.범민련 등의 방북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한 민족화해협의회는 14일 "남조선 당국의 범죄를 계산할 것"이라는 등 거친 표현으로 정부를 비난했다. 하지만 민족공동행사 남측 추진본부는 "남측 당국만이 아니라 (한총련.범민련 등의 참가를 행사의 전제조건으로 삼은) 북측 역시 행사 무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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