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고유가, 중장기 대책 세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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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제 유가가 연일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가 지난 주말 배럴당 46달러를 넘어섰고, 우리가 가장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유도 배럴당 40달러에 접근했다. 최근 유가 상승으로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고유가는 세계 경제 전반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에너지를 사실상 100%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로선 에너지 수입비용의 증가뿐 아니라 수출 시장의 경제성장 둔화라는 이중의 부담을 안게 될 처지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고유가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고유가는 중동 사태와 러시아 유코스사 파산 위기 등으로 촉발됐지만, 기본적으로 세계 석유시장의 초과 수요가 상당 기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제 고유가를 변수(變數)가 아닌 상수(常數)로 전제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현재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국민에게 에너지 절약을 호소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울 정도다. 유가가 오르면 에너지 절약 캠페인으로 떠들썩하다가 유가가 안정되면 다시 흥청망청 에너지를 낭비하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할 만한 여유도 이제 없다. 고유가의 장기화에 대비해 경제구조를 에너지 절약형으로 뜯어고치는 중장기적인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중요한 또 하나의 과제는 에너지 자원 확보다. 현재 중국은 국내 필요량의 15%를 해외에 확보한 유전에서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에너지 전량 수입국인 우리가 확보한 해외 유전의 자원충족 비율은 3%에 불과하다. 또 인근 시베리아의 유전 및 가스 개발에 중국과 일본이 열을 올리고 있지만 우리는 한가하게 접근하는 모습이다. 대체에너지 개발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유가의 등락에 휘청거리는 경제 체질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십년을 내다보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재 산업자원부 내 1개 실에 불과한 에너지 담당부서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