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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아프가니스탄 삼재’에 발목 잡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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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전략에 악재가 계속 쌓이고 있다. 자칫하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던 이라크전쟁과 같이 아프간이 오바마의 정치적 행보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오바마는 취임 이후 아프간 주둔 미군을 늘렸다. 그럼에도 탈레반과 알카에다의 저항이 거세져 지난달 아프간 주둔 미군 사망자는 2001년 전쟁 개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지난달 20일 실시된 아프간 대통령 선거는 아프간 정국 안정의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는 미국의 희망과는 달리 부정선거 의혹이 커지면서 정국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프간 주재 미 대사관을 지키는 민간 경호원들이 광란의 나체 파티를 벌인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아프간전 반전론자가 늘면서 아프간이 ‘제2의 베트남’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광란의 파티’ 파문=카불 주재 미 대사관 경호를 담당한 아머그룹 경호원들이 광란의 파티를 벌였다는 보고서가 미 국무부와 의회에 제출됐다고 AP·AFP통신 등이 1일 전했다.

보고서를 낸 미국의 초당적 정부 감시기구인 ‘정부 감시 프로젝트(POGO)’에 의해 공개된 사진에는 벌거벗은 남자들이 캠프 파이어 주위를 돌면서 춤을 추거나, 벌거벗은 남자가 사람들 앞에서 소변을 보는 모습이 담겨 있다.

보고서는 경호원들의 파티가 광기에 가득한 인간성을 묘사한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 대왕』을 연상시켰다고 표현했다. 경호원 중 300명은 영어를 거의 못하거나 한마디도 못하는 인도와 네팔의 구르카족 출신이고, 미국인이나 영어권 출신은 150여 명에 그쳤다. POGO는 국무부가 이런 문제를 알면서도 바로잡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태 수습에 나선 미 국무부의 이언 켈리 대변인은 “조사 결과에 따라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아머그룹과의 경호 계약이 끝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드러나는 부정선거=아프간 선거관리위원회는 2일 “대선 개표가 60% 정도 진행됐다”며 “지금까지 하미드 카르자이(현 대통령) 후보가 47.3%, 압둘라 압둘라 전 외무장관이 32.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카르자이가 결선 투표를 거치지 않으려면 과반수를 얻어야 한다. 선관위는 7일 잠정 개표 결과, 17일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선거 부정 신고가 2600건을 웃돌며 선거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주 쇼라바크의 경우 주민 투표가 원천 봉쇄된 가운데 경찰을 동원한 부정 투표로 카르자이가 2만3900표를 얻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뉴욕 타임스가 1일 보도했다.

◆오바마, 미군 추가 증원 검토=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스에서 휴가 중인 오바마는 아프간 주둔 미군의 추가 증원을 검토하고 있다. 오바마는 올 초 2만1000명 증원을 결정해 현재 파병이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아프간 주둔 미·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연합군 사령관인 스탠리 매크리스털 대장은 추가 증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그러나 경기 부양 조치로 재정적자가 불어나는 상황에서 엄청난 돈이 드는 아프간 증원이 순조롭게 추진될지는 의문이라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지난달 아프간에서는 49명의 미군이 숨져 개전 이후 8년 만에 가장 많은 월간 사망자가 발생했다. 아프간 전쟁에 반대하는 미국민의 여론도 개전 이래 최고조에 달했다. CNN이 1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7%가 아프간전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 비율은 42%에 그쳤다. 반대 비율은 지난 4월(46%)보다 11%포인트 상승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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