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더라도 대세는 백이 좋다. 우상을 잡은 백의 실리가 어마어마해서 후야오위는 배부른 자세로 느긋하게 판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이때 김지석의 117, 119가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며 판 위에 등장했다. 117은 죽은 돌을 키웠으니 명백한 손해수. 그러나 이 수에 후야오위는 허를 찔린 듯 놀란 토끼가 되고 만다.
손 빼고 ‘참고도’ 백1에 지킬 수 있을까. 그럴 수만 있다면 이 바둑은 백의 필승이다. 하지만 흑2로 막아오면 상변 백과 수상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C가 선수여서 흑의 수는 끝도 없다. 후야오위는 다시 한 번 계가를 해 보고 120에 받고 만다. 전보에 백△로 빠지지 않고 그냥 이곳을 젖혀 이었더라면 가일수는 필요 없었다. 그게 마냥 후회스럽지만 다행히 아직은 형세가 괜찮다는 게 위안이다.
하지만 추격의 불을 댕긴 김지석의 기세는 점점 더 매서워지고 있다. 121의 코 붙임도 뒷골이 쩌렁 울리는 급소의 일격.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