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영회장 일문일답]'건설애착…친정가는 기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현대자동차가 세계적 일류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앞으로 많은 과제가 남아 있는데 마무리하지 못하고 떠나는 것이 아쉽습니다. 하지만 옆에서 훌륭히 커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겠습니다. "

정세영 현대자동차 명예회장은 '30여년간 한 몸을 던져' 키워온 현대차를 떠나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기자회견 도중 애써 웃음을 지어보였지만 국산차 '포니' 개발.미국시장 진출.독자 엔진개발 등 가슴 벅찼던 과거를 회상하는 발언을 할 때는 숙연함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그동안의 갈등을 의식한 듯 "형님 (정주영 명예회장) 덕분에 화려한 직장생활을 했고, 나와 아들을 위해 배려해 준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는 말도 잊지 않았다.

- 정주영 명예회장이 현대산업개발을 맡을 것을 제의했나.

"70세가 넘으면 은퇴하겠다고 생각해 왔다. 칠순이 넘은 지 벌써 2년이 됐다. 사업은 젊은 사람들의 패기와 용기로 발전해 나간다고 생각해 왔다. 특히 세계적으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 산업은 패기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층이 경영을 맡아야 한다. 이런 생각을 형님에게 말했고, 형님도 '그렇게 하라' 고 동의했다. "

- 현대산업개발을 맡으면 경영 일선에 다시 나설 것인가.

"현대차에서 자문하는 역할을 많이 해왔다. 현대산업개발에 가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 현대산업개발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는.

"57년 첫 입사한 회사가 현대건설이었다. 40여년간 현대그룹에 근무하면서 건설에 대한 애착이 무척 컸다. 친정에 돌아가는 기분이다. 기꺼이 한번 맡아 멋진 회사를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정몽규 부회장 등도 같이 가는가.

"인사이동을 최소화할 것이다. 각 회사에 전문가가 따로 있고 현대차.산업개발 두 회사 모두 훌륭한 진용을 갖춰 가능한 한 인사이동이 없도록 할 것이다. "

- 지난달 주총 이후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는데.

"신문에 왜 그런 내용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이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

차진용.이수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