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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마음 털어논 JP] '내각제 안 흔들릴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종필 (金鍾泌) 총리가 가슴에 담아뒀던 얘기를 꺼냈다.

2일 기자간담회 서두에 金총리는 "무언 (無言) 중 많은 얘기를 무언으로 받아들여 달라" 고 주문했다.

내각제에 대해 앞으로도 말을 아낄 것임을 암시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간담회가 시작되자 金총리는 줄줄이 털어놓았다.

기자들이 "결단력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고 하자 "나를 모르는 얘기" 라고 일축한 뒤 "5.16은 어떻게 했겠느냐" 고도 했다.

특히 내각제에 대해 金총리는 전에 없는 단어들을 동원하며 강력한 의지를 토해냈다.

그리곤 "경제 재도약을 이룩할 올 한해의 성패는 전반기에 달렸다" 고 했다.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내각제를 거론하겠다는 말로 들렸다.

다음은 간담회 일문일답.

- 공동정부에 대한 평가는.

"될까 하는 걱정도 처음엔 있었다. 국민회의가 자제.양보했고, 자민련도 소리 지르려다 입 다물고 참고 했다. "

- '권력 주변에 권력 맛에 젖어 욕심부리는 사람이 있다' 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권력이란 1년쯤 지나면 자기도 모르게 취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 같더라. 권력은 거품같아 취해선 안된다. "

- YS와 3당 합당 당시 약속문제가 거론됐는데.

"나는 선택할 때 국가 차원에서 한다. 3당 통합때도 노태우 (盧泰愚) 전 대통령이 (내게) 'YS가 들어오는데 욕심있는 것 같다' 고 했다. 암묵적으로 후보 주겠다는 것 아닌가. 약속은 이행됐고 약속 때문에 YS가 대표가 됐다.

나는 그런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보는 사람이다. 상황이 변했다고 해서 지키지 않으면 안되지 않은가. "

- 김용환 (金龍煥) 수석부총재가 당내 강경론을 주도하는데.

"나는 유 (柔) 한 자세로 주장하고 그 사람은 저돌적으로 주장하는 사람이다. "

- 지난번 정권출범 1주년 기념식이 난장판이 됐는데.

"누가 그런 사람 (金浩鎭 고려대 교수) 을 택해 그런 얘기를 하게 했나 모르지만 그게 문제다. "

- 만년 2인자이고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지 않는가.

" (목소리를 높여) 모르는 얘기다. 결단력이 없으면 5.16 했겠느냐. 다만 나는 내가 다 하겠다는 사람은 아니다. 5.16때 혁명공약 마지막 대목인 '군복을 벗어야 한다' 는 대목도 초안을 내가 작성했다. 나는 원래 선두에 서서 하기보다 나라 잘되는 게 과연 뭐냐 생각하고, 때론 뒤집어쓰기도 하는 사람이다. 결단력이 없다 해도 좋다. 결단할 때 결단하면 되는 거지. "

- 너무 사심 (私心) 이 없으면 추진력이 없어지는 것 아닌가

"일부에선 (정치적으로) 수영을 잘해 여기까지 왔다고 하지만 한가지 성취할 게 있어서 못참을 것 참으며 여기까지 왔다. 한신 (韓信) 이 가랑이 밑으로 기어간 건 결단력이 없어서겠나. 내가 무엇을 하고 정계를 떠날지 두고보면 알 것이다. 과거 역사가 불행해진 건 과욕 때문이다. "

- 역대 대통령들은 신의가 있었다고 보나.

"몇몇 대통령과 같이 해왔는데 사적으로나 비사적으로나 모두 과욕을 부리다 결딴났다. 제도에도 문제가 있는 법이다. 나는 사사롭고 터무니없는 욕심은 없다. "

- 정치엔 사 (邪)가 개입돼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다 결딴나는 것 보고도 그러나. 무솔리니.히틀러.도조 히데키 (東條英機) 를 보라. "

- 내각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10%대인데.

"여론에 좌지우지되면 되는 일도 안되는 일도 없다. 세정 (世情) 은 조석변 (朝夕變) 이다. "

- 총리 주변엔 가신이 없는데.

"가신은 없다. 그러나 뜻을 같이하는 동지는 있다. "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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