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작가 30여명 '99 문학포럼 가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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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책도 잘 팔아야하고, 문학적 인정도 받아야하고…양쪽에서 다 성공하려니까 글도 망치고, 생활도 망치고…. 본격.순수소설을 지키며 어떻게 소설로만 생계를 꾸려나갈수 있을까…"

지난달 24일부터 2박3일간 강원도 양양군 낙산에서는 '99전업작가 문학포럼' 이라는, 전례없는 모임이 열렸다.

참석자는 김주영.김원일.윤후명.박영한.이경자.최인석.구효서.이순원.박상우.김하기.심상대.이남희.은희경.강규.김미진.김한수.한강.하성란 씨등 소설가 30여명.

"어려운 시대, 전업작가들끼리 술잔 기울이며 마음을 풀어보자" 는 취지로 모였으나 이내 전업작가의 사회적 위상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시작됐다.

이남희씨가 지난해 자살한 동료작가를 언급하며 생활고 문제를 거론하자, 구효서씨는 "팔리는 책을 쓰지 않으면 먹고살기 힘든 지금의 구조에서는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기보다 독자를 향해 고통스런 미소를 지으면서 베스트셀러 흉내나 내게 되기 십상" 이라고 전업작가의 현실을 자탄했다.

"도서관이 창작집을 한 권씩만 의무 구매해도 작가들은 출판사 눈치보지 않고 쓸 수 있을 것" 이라고 김원일씨가 외국의 사례를 들며 지적하자, 김주영씨는 "명색이 대학도서관이라는 데서 의무구매는 커녕 작가에게 책을 거저 달라고 하는 것이 우리 현실" 이라고 개탄했다.

윤후명씨는 "노래방에서 노래 한 곡 불러도 작사가.작곡자에게 저작권료가 지급된다" 면서 "우리는 도서 대여점에서 저작권료를 주겠다고 해도 이를 맡고 나설 마땅한 문인단체 하나 없다" 고 개탄했다.

문인단체의 관료화, 문예창작기금운영의 문제점 등도 도마에 올랐다.

밤새워 전업작가로서의 속내를 동료.선후배와 나눈 이들은 이같은 모임을 앞으로 1년에 한번 정례화, 그 논의내용을 공개하기로 했다.

양양 =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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