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권노갑 고문] 당 추스르기…돌아온 실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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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민회의 권노갑 (權魯甲) 전 부총재가 드디어 당에 입성했다.

97년 2월 한보사건으로 구속된 지 2년 만이다.

집권당 고문에 추대됨으로써 단숨에 정치의 중심으로 복귀한 것이다.

그는 이날 한국자유총연맹 고문으로도 추대됐다.

40여년간 김대중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해온 그의 존재는 5월 전당대회를 앞둔 여권내 세력판도를 뒤흔들 최대의 변수가 되고 있다.

고문 추대 소식을 전해들은 그는 "당에 다시 돌아오게 돼 기쁘다" "앞으로 당과 대통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여권 내 견제세력의 저지를 뿌리치고 지난해 12월 30일 일본에서 귀국한 權고문은 정치권 복귀를 위한 수순을 밟았다.

그는 조세형 (趙世衡) 총재권한대행, 김상현 (金相賢) 고문, 김영배 (金令培).정대철 (鄭大哲).김근태 부총재 등 중진들을 만나 이미 당무를 '논의' 해왔다.

당초 그의 복귀는 5월 전당대회 얼마 전쯤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시기가 당겨진 것은 金대통령의 정국운용 구상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빚어진 당내 지도력 혼선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관리인 투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그의 조기 복귀를 촉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비록 직책은 비상임 고문에 불과하지만 청와대와 당의 교량역할을 하면서 향후 당정.정계개편 등 정치 현안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막후에서 주도하게 될 것" 이라고도 말한다.

DJP 연대를 이뤄낸 주역인 한광옥 부총재가 구로을 재선거에 투입된 것도 그를 중심으로 한 구주류의 당 장악력을 높이는데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청와대 비서실을 중심으로 포진한 신주류의 영향력은 아무래도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김영삼 (金泳三) 전 대통령과 현 정권의 관계개선을 위한 그의 조정역할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權고문의 입성은 5월 전당대회에서 이뤄질 지도체제 변화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외부 인사를 당 대표로 기용할 경우 힘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도 그가 당에 있어야 한다는 게 여권 핵심부의 판단이다.

그의 복귀가 한화갑 (韓和甲) 원내총무.김옥두 (金玉斗) 지방자치위원장.설훈 (薛勳) 기조위원장.남궁진 (南宮鎭) 제2정조실장 등 동교동계 핵심 인사들의 거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이들은 직.간접으로 영입파들의 중용을 위해 당무 2선 후퇴의사를 밝혀온 바 있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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