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대화 더 미룰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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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아 내외신 기자회견을 했다.

사흘 전 국민과의 대화에 이은 회견이어서 상당 부분 중복된 답변내용이 있었지만, 남북문제에 관한 한 장기수 송환문제와 관련해 심도있는 대통령의 대북관이 피력됐다.

안보와 화해협력을 축으로 하는 햇볕정책의 기본구상과 일괄타결의 내용과 방향, 식량.비료지원의 융통성있는 상호주의 원칙 적용 등이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이를 위한 남북간 '공정한 대화' 요구, 그리고 장기수와 국군포로.납북자간 맞교환 등을 설득력있게 설명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지난 1년간 대북정책을 되돌아 본다면 금강산관광과 햇볕정책의 초기 정착화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남북당국간 레벨에서의 관계진전은 별로 개선된 게 없다.

올해부터는 뭔가 달라진 당국자간 대화가 있어야 경색된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출구가 될 것이다.

우리가 거듭 주장해 온 당국자간 대화를 이제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점에 왔다.

지금 우리 정부로서는 대화를 위해 내놓을 수 있는 항목을 모두 제시했다고 본다.

대한적십자사를 통한 식량.비료지원을 여러 경로를 통해 북에 전달한 바 있다.

북한이 틈만 있으면 요구해 온 미전향장기수 송환도 고려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그중 이미 3명의 장기수는 석방했고 나머지 17명도 준법서약서 없이 석방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북한이 끈질기게 요구해 왔던 국가보안법도 개정작업에 착수했다.

지금 우리로서는 더 이상 내놓을 것이 없는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북의 동참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어찌보면 지난 몇해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대북 금기사항을 거의 해제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형편인데도 북이 대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더 이상 대북 화해정책은 효력이 없다는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다.

金대통령은 대북 화해정책에 대한 국내의 비판도 수용할 필요가 있다.

왜 당근만 있고 채찍은 없느냐는 비판에 대한 대안도 강구해야 한다.

식량은 보냈는데 북한이 아무런 답이 없을 때, 장기수는 보냈지만 국군포로나 납북자들에 대해 끝내 함구로 일관할 때 어떤 대응책이 있는지 해답을 찾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 金정부의 대북정책 중 '일괄타결' 방안도 좀 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안으로 제시돼야 한다.

냉전구조 해체를 위해 전쟁위협을 없애고 북을 국제사회 일원으로 유도한다는 원칙은 좋지만 그 실행 프로그램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미간 공조가 더 정교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고 그 방안 중에는 북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는 채찍 대안책도 강구해야 한다.

남북문제란 일방적일 수 없다.

교류와 협력은 쌍방적이어야 한다.

어느 한쪽의 짝사랑도 끝내 이룰 수 없는 비극으로 끝나고 만다.

우리 정부의 대북 화해협력 정책이 짝사랑으로 끝나지 않도록 이제 북은 대답을 할 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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