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미술스타 웬디수녀가 온다-EBS '미의 세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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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세계적 '미술스타' 웬디 베킷 (68) 수녀가 한국 안방극장을 찾는다. 웬디수녀는 90년대 중반 영국 BBC 미술프로그램을 맡으며 일약 유럽.미국 문화계 스타로 부상한 사람. 검은색 수녀복에 어울리지 않게 미술품에 구현된 인간의 욕망을 쉬운 언어로 전달하는 말솜씨가 일품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는 "어느날 갑자기 TV에 나타나 스타가 됐다" 고 평가했다.

EBS가 다음달부터 매주 금요일 오전9시10분에 방영하는 '미의 세계' (금요일 밤8시 재방). 웬디 수녀의 진가를 확인하게 된다. 미국 공영방송인 PBC가 97년에 방영한 10부작을 5부작으로 묶었다. 문외한이라도 미술의 매혹적 세계에 부담없이 빠지게 된다.

프로는 고대 라스코 동굴벽화에서 시작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이탈리아를 거쳐 앤디 워홀의 뉴욕까지 서양미술사를 좇아간다. 현학적 용어가 난무하는 전문 미술사학자나 미술평론가와 달리 미술품에 담긴 인간의 감정을 독창적으로 풀어낸다.

기원전 1만5천년전 라스코 벽화에 그려진 들소에 대한 해석을 보자. 들소는 고대인들의 사냥감이라고 바라본 전문학자와 달리 웬디 수녀는 들소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느낌을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한다.

주요 식량이었던 순록 대신 들소를 그린 것은 인간의 놀라움과 두려움의 표시라는 것. 성경이야기를 주로 그린 중세화가 지오토에 대한 평가도 흥미롭다.

"라디오 밖에 없던 세대에 텔레비전을 선물했다. 영화처럼 펼쳐지는 우리 인간들의 오래된 이야기를 둘러보았다, 사랑이 느껴지는 다정한 입맞춤, 잔인한 인간의 본성을 느끼게 하는 살인과 폭력…. " 온 가족이 둘러앉아 서양미술순례를 떠나기에 안성맞춤이다.

영국에선 그의 책을 들고 그림 앞에 서있는 관람객이 쉽게 띌 정도로 대중적 인기도 대단하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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