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공격을 진보처럼 이해…실제 진보가 무엇인지 성찰 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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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정치학자인 최장집(사진) 고려대 명예교수가 1일 “이명박 정부를 공격하는 게 진보인 것처럼 이해되고 있다. 실제 진보가 무엇인가에 대해 진보파들의 성찰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진보신당·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 의원 25명이 참여한 ‘진보개혁입법연대’의 초청을 받아 국회에서 한 강연에서다.

최 교수는 이날 “이명박 정부를 많이 비판하지만 앞서 두 번에 걸친 진보개혁적 성향의 정부들이 실패하고 실망으로 이어져 선거에서 참패한 것”이라며 “앞선 정부가 진보개혁이라 말할 수 있는 준거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보수체제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서민민생 정책을 펴겠다고 말하는 데 필요성이 있을 땐 그런 정책을 펼 수 있다고 봐야 한다”며 “(이런 정책이) 결국 보수정책으로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건 선입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촛불시위·조문정국을 거치며 진보개혁 세력이 구체적인 정치적 대안을 보여주지 못했던 게 커다란 문제”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진보 진영의 ‘막무가내식 비판’으로 이명박 정부가 강화될 수도 있다며 이를 ‘패러독스’로 지칭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을 악으로 규정하고 모든 걸 나쁘다고 하면 대통령이 조금 잘하기 시작할 때 높이 평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지지세가 회복되는 여론조사 동향이 그걸 잘 보여준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강연에서 민주당과 야권에 거듭 쓴소리를 했다.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대안 제시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제1야당인 민주당은 촛불시위, 두 전직 대통령 서거 같은 큰 정치적 사건으로 대선과 총선 패배를 분석할 기회도 제대로 갖지 못한 상태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이 강했다”고 지적했다. 또 “두 전직 대통령의 정통 계승 문제는 많이 이야기하는데, 앞선 정부의 잘잘못을 냉정히 평가하고 이후 선거에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대안을 만들기 위해 논의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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