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지점 50~60곳 인수추진…금융계 경쟁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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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울.제일은행이 외국 금융기관에 팔린데 이어 미국계 씨티은행이 국내은행의 지점 50~60개씩을 대거 인수하는 방식으로 영업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국내 금융시장에 외국은행의 영향력 확대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들 외국계 은행이 싼 이자의 대규모 자금조달력과 선진 금융기법을 앞세워 국내 기업이나 가계를 대상으로 자금 세일에 나설 경우 상대적으로 열악한 국내 은행들로선 혹독한 살아남기 경쟁에 돌입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의 판도변화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러나 외국계 은행 대거 진출은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는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되 외국계 금융기관의 국내 시장 진입을 적극 유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위원회는 23일 씨티은행이 최근 영업확대를 위해 국내 은행들이 폐쇄하는 점포를 중심으로 점포 매입의사를 타진해왔으며 씨티측이 지점확대를 공식 요청해오면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 외국은행 지점인가권을 가진 재경부에 인가추천을 해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헌재 (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은 23일 "미국계 투자기관인 뉴브리지 캐피털과 영국계 홍콩상하이은행 (HSBC) 의 한국 진출에 이어 씨티은행의 지점확대 등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의 비중이 크게 달라졌음을 방증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李위원장은 또 "대한생명보험사 등 대형 생보사 한 두 곳도 외국에 매각해 외국 금융자본의 국내 유입을 확대, 장기적으로는 한국을 국제금융센터의 중심으로 육성해나갈 방침" 이라고 밝혔다.

씨티은행은 현재 국내 점포수가 11개로 외국계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영업망을 갖고 있으며 국내 진출이후 줄곧 소매영업 확대를 추진해 왔으나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 후 점포확장을 중지했었다.

씨티은행은 최근 뉴브리지 캐피털과 영국계 HSBC그룹이 각각 제일.서울은행을 인수하자 시장선점 차원에서 영업망 확대를 재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씨티은행의 지난해말 현재 총여신은 3조1천4백80억원, 총수신은 3조3천87억원으로 한국에 진출한 외국은행 가운데 가장 짭짤한 이익을 내는 은행 중 하나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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