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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희대의 날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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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의 주민들은 매일 아침 멋진 양복을 입고 벤츠 승용차로 출근하는 이웃집 남자를 보며 성공한 사업가의 모델로 여겼다.

이 사업가는 고급 주택가인 수방 자야의 2층 단독주택에 살면서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하는 미녀 두번째 부인과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벤츠로 출근하는 곳은 어느 회사 중역실이 아니라 변두리의 외딴 곳이었다.

여기에다 벤츠를 주차하고 싸구려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시내로 나가 여자 핸드백 날치기를 벌여 왔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즐겨온 인생의 황금기도 지난 9일 막을 내렸다. 한 여성(25)의 핸드백을 날치기하다 마침 옆을 지나던 경찰에 의해 쇠고랑을 찼다. 홍콩 언론들은 13일 말레이시아 공항 경비원으로 근무했던 이 남자가 2001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170여명의 여성의 핸드백을 날치기해 왔다고 보도했다.

파우지 샤리 시경찰청장은 "지금까지 수많은 범인을 검거해 왔지만 이번처럼 경찰 수사관 모두를 놀라게 한 적은 없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샤리 청장은 "그는 매우 용의주도해 매번 장소를 바꿔가며 주 2~3회만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날치기 1회당 평균 수입은 500만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두번째 부인은 남편을 기업체 회장으로 알고 있었다"고 소개하고 "범인은 북부 케나다주에 살고 있는 본부인에게도 계속 생활비를 보내줬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웃집 사람들은 항상 집수리를 하고 쇼핑백을 한아름 들고 귀가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여름 휴가철이 되면 해외로 가족 여행을 떠났다"고 부러워했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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