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갈등푸는 국민과의 대화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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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는 시기적으로 매우 중요한 때에 국민앞에 등장한다.

우선 경제적으로 발등에 불은 꺼졌다고 하나 본격적인 회복이기엔 불안요소가 많다.

2백만명 가까운 실업자, 불길한 엔저 (低) , 빅딜 후유증, 불안정한 노사관계 등 국민의 마음을 갑갑하게 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정치.사회.안보적으로는 여야의 견원 (犬猿) 대립, 지역갈등의 악화, 북한핵의혹 등이 악성종양처럼 뭉쳐 있다.

태평시 (太平時)에도 대통령의 2차연도 출발은 뜻깊은 일인데 이처럼 어려운 형국이니 金대통령의 취임 1주년은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국가의 진로를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싶다.

바로 그런 시기에 일요일 저녁 온가족이 둘러앉아 지켜보는 가운데 대통령이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는 소중한 기회가 국민과의 TV대화다.

국민은 그 기회를 통해 대통령의 진지한 문제인식과 진솔한 고민, 명료한 미래구상을 접하기를 바랄 것이다.

반대로 대통령은 패널리스트나 방청.시청자의 질문에서 국민이 무엇을 걱정하고 정부에 무엇을 바라는 가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대통령과 국민사이의 이런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뤄져야 위기를 극복하는 데 나라 전체의 힘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金대통령이 우선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는 정치.지역.노사 갈등에 관해 솔직한 의견과 진지한 해결책을 제시해줄 것을 기대한다.

현재의 갈등이 金대통령의 집권시기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며 그 연원은 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金대통령과 사회 전체의 화합노력이 성공하려면 이 문제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야관계는 진정 어떠해야 하는가, 지역경제 차별은 과연 있는가 등등의 문제에 대해 金대통령이 솔직하고 정연한 논리를 제시하면 이는 문제해결의 소중한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과거.현재에 대한 진단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金대통령이 집권 2차연도, 나아가 2000년 이후의 미래문제에 대해서도 알기 쉬운 설계를 보여줄 것을 주문하고 싶다.

예컨대 정계개편이나 내각제여부, 추가 구조조정, 대북.냉전해소 구상, 우리가 지금의 고통을 감내하면 어떤 경제상황을 이뤄낼 수 있는지에 대한 비전제시 등이 해당될 것이다.

대통령행사에 덧붙여 방송사들은 미국방송의 예를 참고해 어느 정도의 시간이라도 추후에 야당총재에게 제공해 야당도 나름대로의 얘기를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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