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업무보고 초점] 노사문제 중점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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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법무부가 올해 추진할 중점과제 중 노사문제를 첫번째로 꼽은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법무부는 발표문에서 "불법파업과 불법시위에 적극 대처하겠다" 며 일단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세부항목을 살펴보면 노동자를 달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노사협의 절차의 실질화로 자율타결을 유도하고 노동자 구속을 최소화한다" "기업주의 부당 해고 등 불법행위를 엄단한다" 는 등의 내용이 그것이다.

노동관계법에 따르면 기업이 구조조정을 할 때에는 노동부 사무소에 신고서를 접수시켜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기업의 경쟁력 강화' 라는 대의명분 때문에 마구잡이식 해고가 이뤄져도 별다른 제재가 가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정이 달라질 것이라는 게 법무부 설명이다.

박상천 (朴相千) 법무장관은 18일 "정리해고할 경우 해고계획을 회사가 제시하고 노조와 협의해야 하는데 이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며 "실질적인 협의절차가 이뤄지고 그래서 자율타결이 되도록 유도하겠다" 고 말했다.

그뿐 아니다.

노동자 구속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하면 기소유예한다는 것이다.

기소후에도 불구속하거나 보석에 협조하고 구형량도 줄이겠다고 한다.

수배 중인 노동자도 자수하면 최대한 선처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이처럼 노동계를 위무하고 나선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법무부 박영관 (朴榮琯) 검찰3과장은 "올 3월이 심상치 않다" 는 자체 분석을 내놓았다.

올해 정부가 극복해야 할 가장 큰 위기가 어쩌면 노사분규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객관적 정황을 따져보면 이런 분석은 일리가 있다.

우선 2월말과 3월말엔 한국노총.민주노총의 위원장 선거가 있다.

양대 노총 지도부의 선명성 경쟁에 불이 붙으면 당연히 협상보다는 투쟁론이 힘을 얻게 된다.

게다가 서울지하철 등 공기업 구조조정도 올 봄부터 시작된다.

서울지하철에서만 수천명의 정리해고가 예정돼 있다.

지난해 IMF 한파로 직장에서 쫓겨난 명예퇴직자들이 올 3월부터는 퇴직금이 서서히 바닥나기 시작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거기에 대졸자 취업난까지 가세해 80년대처럼 노학 (勞學) 연대가 중요한 사회 이슈로 등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같은 움직임이 구체화되는 계기가 양대 노총의 노사정위원회 탈퇴일 것으로 보고 있다.

법무부의 이번 조치는 명분쌓기의 측면도 있다.

최대한 노동계를 다독거린 뒤 분규가 발생하면 "더 이상은 안된다" 며 국민 여론을 업고 강경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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