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기, 백화점 웃고 시장은 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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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설 경기의 명암이 부문별로 크게 엇갈리고 있다. 갈비.굴비 등 값비싼 선물세트와 백화점 상품권 매출이 크게 늘어난 반면 구조조정에 바쁜 대기업.단체들의 선물 구입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 재래시장 역시 명절 대목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썰렁하다. 또 고가.저가품은 잘 팔리고 중가품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소비 양극화 현상도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 명 (明) =이달 들어 10일까지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팔려나간 갈비 선물세트는 15억7천5백만원 어치.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4.5% 증가한 것이다.

굴비 매출 (2억5천만원) 은 같은기간 중 38.9%, 10만원 이상짜리 한과세트 (2억원) 도 66.7%나 늘어났다.

참치.세제.조미료 등 1만~5만원짜리 저가상품 매출도 25~30%의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5만~10만원대 중간가격 상품매출은 증가율이 5%를 밑돌았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정육.굴비.한과세트 매출이 10~36% 늘었고 한우선물세트 (18만~25만원) 는 지난해보다 물량을 40% 늘린 1천8백세트를 준비했는데도 이미 동났다.

상품권 매출도 큰 폭의 신장세를 보였다. 롯데백화점은 설 행사기간 중 지난해보다 66% 늘어난 2백3억원 어치를 팔았다. 신세계 (1백2억원) 와 현대백화점 (1백37억원) 의 상품권 매출은 지난해보다 각각 60%, 1백34%나 늘었다.

◇ 암 (暗) =기업들의 단체선물 구입은 오히려 줄었다. 롯데의 경우 단체선물 구입 (35억원) 이 지난해 설보다 8% 감소했다.

남대문시장 등 재래시장도 매기가 뚝 떨어져 상인들은 "설 대목 경기가 최악" 이라며 울상이다. 남대문시장 식품매장 상인들은 "지난해 설보다 매상이 30~40% 줄었다" 며 "아예 가게문을 닫은 곳도 많다" 고 말했다. 동대문시장 의류상가 상인들도 "아동복만 조금 팔릴 뿐 매기가 거의 없다" 고 말했다.

지방 상인들의 발길도 대폭 줄었다. 남대문시장을 찾는 지방 상인들의 전세버스가 대목때면 하루 60~80대에 이르렀으나 이번 설에는 40여대로 줄었다는 것.

유통업계 관계자는 "비교적 여유가 있는 계층의 소비심리는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서민들의 피부경기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이종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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