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영회장 조사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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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신동아그룹의 외화도피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는 여러차례 우여곡절을 겪었다.

회사 내부 관계자의 비리 폭로 협박과 최순영 (崔淳永) 회장 소환조사, 갑작스런 수사 중단과 수사 재개 등 고비를 넘긴 뒤 검찰이 10일 崔회장을 전격 소환, 조사하기에 이르렀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은 지난해 3월. 검찰은 신동아그룹이 위장수출 수법으로 외화를 밀반출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신동아 계열사들의 금융거래 상황을 분석하는 한편 해외출장이 잦은 崔회장의 동향을 관찰해 왔다.

물밑에서 은밀히 진행되던 수사는 지난해 4월말 계열사 ㈜신아원 (현 SDA) 전 사장 김종은 (金鍾殷) 씨가 "회사 비밀을 폭로하겠다" 며 崔회장에게 10억원을 요구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되면서 노출되기 시작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송치받아 金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혐의를 포착, 5월 하순 崔회장을 소환조사했다.

검찰이 파악하고 있는 신동아그룹의 혐의는 전형적인 수출사기 수법과 비슷하다.

신동아측은 미국의 유령회사에 수출하는 것처럼 꾸민 선하증권 등을 정상 수출서류에 끼워넣어 은행으로부터 1억8천만달러의 수출금융자금을 받아냈다.

검찰은 이같은 방법으로 조성한 자금의 대부분이 미국을 거쳐 해외 은행의 비밀계좌로 빠져나갔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국내로 재송금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崔회장에 대한 1차조사 이후 수사를 중단하고 사법처리를 보류해 왔다.

신동아가 주력 계열사인 대한생명을 통해 미국 메트로폴리탄 생명사와 10억달러의 외자유치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 검찰 관계자는 "한푼의 외화가 아쉬울 만큼 경제난이 심각한데 검찰 수사로 외자협상이 결렬됐다는 원망을 들을 수 없었다" 고 밝혔다.

그러나 이 외자유치 협상은 최근 미국측이 투자규모를 6억~8억달러로 줄이고 한국정부가 대한생명의 부실을 메워줄 자금을 대주도록 추가 요구하는 바람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사가 중단되자 검찰 주변에선 신동아측이 거물급 인사를 영입, 전방위 로비를 펼쳤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께부터 수사를 재개, 보강조사를 벌여왔다.

검찰이 경제난을 핑계로 재벌그룹 비리 수사를 의도적으로 회피한다는 여론의 비판도 수사재개를 재촉했다.

이 사건에 대해 신동아측은 "외화유출 혐의는 김종은 전 사장이 외상무역 거래대금을 횡령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부풀린 것" 이라며 "崔회장은 이번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고 주장하고 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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