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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학교 선발 어떻게 했나

중앙일보

입력

과학영재학교들의 올해 입시전형은 중학교 교육과정에 나오는 평범한 문제지만 다각적·창의적 해결력을 요구한 점이 특징이었다. 수학과 과학의 영역을 혼합한 문제도 출제해 고난도 통합사고력을 평가하기도 했다. 때론 수학·과학과 관련 없는 문학작품을 제시해 지원자의 인성과 가치관도 가늠했다. 과학영재학교 수험생들을 통해 학교별 입시전형들의 올해 특징을 살펴봤다.


한국과학영재학교 일반전형
다각적·창의적·통합적 문제해결력 평가
한국과학영재학교는 일반전형 1단계에서 학생기록물을 심사했다. 입학원서·학교생활기록부·추천서·자기소개서를 자료로 요구했다.수상실적과 활동결과물 제출을 요구하진 않았지만 학교생활기록부에 상세한 내용이 게재돼 있어 심사에는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단계 필기시험인 창의적문제해결력 검사는 수학·과학A(지구과학·물리)·과학B(화학·생물)으로 나눠 실시됐다. 수학은 어려운 계산식보다 간단하지만 창의적인 사고를 유도하는 문제들이었다. 예를 들면 주어진 공간을 모두 채울 수 있는 공의 개수를 묻는 식이다. 과학 문제도 교과지식을 묻기보다 제시된 과학 현상을 분석하는 탐구력을 요구했다. 다양한 접근과 풀이에 따라 해결방법이 여러 개인 문제 유형이다. 각 과학 영역의 통합적 사고력을 요구했다는 평가다. 분당청솔학원의 박은석 과학수학영재원 총괄팀장은 “4개 과학교과의 개념 정리가 잘 돼있고, 평소 과학 독서를 많이 해 배경지식이 풍부한 학생이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3단계는 과학캠프·심층면접이다. 첫째 날엔 집단주제토론을, 둘째 날엔 과학A·과학B 시험을 치렀다. 과학A에선 각 나라의 연평균 기후·위도·고도·강수량을 제시하고 자료의 규칙성을 찾는 문제가 출제됐다. 과학B는 인플루엔자의 화학구조식 관련 문제를 출제했다. 최근 사회문제가 된 신종 플루 전염사건에서 착안된 것으로 보인다. 셋째 날엔 수학·과학 면접이 진행됐다. 수학은 한 문제에 작은 문항들이 딸린 유형으로, 문제를 풀고 면접관 앞에서 칠판에 풀면서 증명하는 방식이었다. 과학은 ‘바이러스의 기원은 무엇인가’ ‘바닷물의 온도를 재는 법은 무엇이 있나’ 등 개념과 원리에 대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학생이 답변하면 면접관의 심층질문들이 추가로 이어졌다.합격자는 수학·과학·수학과학통합 등 부문별로 발표됐다. 각 영역별 영재성을 선별하는데 당락의 기준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과학영재학교 입학사정관 전형
여건 극복, 과학소양 기른 잠재력 중시
한국과학영재학교는 입학사정관 전형 1단계에서 학생기록물을 심사했다. 일반전형 제출자료와 함께, 지원자의 경험과 활동 중 한 주제를 정해 자신의 특성이 드러나도록 쓴 에세이와 영재성입증자료를 추가 요청했다. 에세이를 통해 지원자가 과학에 대한 흥미와 능력을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으며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를 평가했다. 학교가 교육환경을 지원하면 성장할 수 있는 씨앗을 품은 학생을 찾겠다는 것. 예를 들어 이 전형에 합격한 한태희(인천부평산곡여중3)양의 경우,교육시설이 부족한 여건 속에서 도서관이동 버스를 찾아 독서능력을 기른 점, 독서를 활용해 발표력과 글 쓰기 활동을 스스로 수행한 점, 그리고 이를 꾸준히 실천해 각종 대회나 학교활동에서 성과를 거둔 점 등이 에세이에서 나타났고 이런 내용이 높은 평가를 받아 합격했다.

2단계 잠재성다면평가는 글쓰기·추천인 인터뷰·생활평가·집단면접·개별면접 등으로 진행됐다. 여기서는 1단계 학생기록물들의 신뢰성을 확인하는 작업이 병행됐다. 자유로 운 학교 탐방과 주제 토론 자리를 마련,수학·과학에 대한 소양을 확인하는 절차로 활용했다는 것이 학교의 설명이다. 글쓰기 시간엔 영화를 감상한 뒤 자신의 봉사활동을 평가해보라는 문제가 주어졌다. 문학작품의 일부를 지문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작품 속 등장인물 중 진실한 인간성과 가치관을 가진 자를 가리고, 자신의 꿈(목표)과 비교해 의견을 쓰라는 문제였다. 모두 인성 평가 문제다.

과학캠프(심층면접) 첫날은 학교탐방·학교 방문소감 및 지원동기 발표·친구들과 자유 시간 등으로 꾸며졌다. 둘째 날은 3개 주제 중 하나를 선택해 집단토론을 하도록 했다. ‘수학과 과학은 어떻게 다른가’ ‘우주의 끝은 존재 할까’ 등이 주제였다. 셋째 날은 개인면접 시간이다. 좋아하는 과목과 관심분야를 묻는 질문부터 수학·과학 기본 개념을 묻는 문제까지 다양했다. 예를 들어 ‘주머니에서 흰돌과 검은돌 중 검은돌을 뽑을 확률’ ‘마름모와 평행사변형의 정의와 차이’ 등이다. 답변에 따라 심층적인 추가질문이 주어져 자신의 답변이 옳음을 입증해 보여야 했다. 기초 지식이지만 소홀하기 쉬운 원리를 제시해 학생의 사고력을 가늠한 것. 한국과학영재학교 권장혁 교장은 “내년엔 입학사정관제를 70%까지 확대할 계획”이라며 “점수보다 풍부한 잠재력을 가진 학생을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과학영재학교
실험·토론·발표 통해 심층질문·답변 평가
경기과학영재학교는 1단계 학생기록물 심사,2단계 영재성·수학능력 평가, 3단계 창의적문제해결력 평가, 4단계 과학캠프(심층면접) 순으로 입시전형을 진행했다. 수험생들은 지필고사인 2·3단계가 “교과지식이 아닌 추론능력을 묻는 IQ테스트 같았다”고 전했다. 영어 지문도 출제됐다. 수능독해 수준으로 과학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독해가 안 돼도 과학현상에 대한 추리만 가능하면 내용을 추측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과학은 교과지식을 직접 묻기보다 이를 활용해 과학현상을 분석하는 문제 유형이었다. 예를 들어 공룡 발자국 화석이 생성될 당시 지구 환경을 추정하는 식이다.

과학캠프 첫날엔 팀별로 협동과제가 주어졌다. 우드락 판을 최대한 사용해 입체도형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2~3학년이 섞여 한 팀을 이루므로 3학년 선배의 리더 역할이 중요했다. 둘째 날엔 자기조직화 이론에 관련된 글을 읽고 자신의 연구계획서를 써보는 과제가 제시됐다. 스스로 주제를 정해 연구·조사할 수 있는 능력 여부를 평가한 것. 성격 장단점·관심분야 등 개인적 질문을 묻는 인성면접도 치러졌다. ‘타임머신을 개발하면 어떤 시대로 갈 것인가’ 등 상상력을 자극하는 질문도 이어졌다. 개인별로 ‘자기력의 원리를 응용한 문제’‘크루즈선의 동작원리를 실험으로 구현하기’‘물의 흐름이 변화하는 원인 분석’ 등 다양한 실험과제도 주어졌다. 결과를 도출해 보이거나 실험과정을 통해 입증하는 식이었다. 마지막 날엔 첫날 팀별 과제와 둘째 날 개인별 과제를 발표하고, 즉석 제시 과제에 대한 토의가 진행됐다. 평가관의 추가 질문과 답변, 지적과 평가가 이뤄졌다.경기영재교 조란희 연구부장은 “과학캠프에서 과학적 탐구력·창의력·인성 평가에 비중을 뒀다”고 말했다.

<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

< 사진=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


[사진설명]
지난해 서울과학영재학교에 입학한 첫 신입생들이 실험실에 모여 화학수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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