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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불만 확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오는 4월부터 도시자영업자 (1천47만명)에게까지 확대돼 '전국민 연금시대' 를 여는 국민연금이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도시자영업자 소득신고에 대한 불만 확산, 직장가입자 연금보험료 50% 인상 항의, 반환일시금 신청 시비 등 악재가 겹친 것이다.

도시자영업자 소득신고 5일째를 맞은 9일에도 국민연금관리공단 본.지사에는 신고권장소득의 적정 여부를 묻는 항의성 전화가 쇄도, 업무가 거의 마비상태에 빠졌다.

◇ 소득신고 불만 = 신고 창구는 물론 컴퓨터 통신에도 엉터리 보험료 산정을 비판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유니텔에 글을 올린 전유정 (ID mj7000) 씨는 8일 "집안에 직장을 안다니는 사람이 3명인데 동사무소에 갔더니 '백수증명' 을 받아오라고 해 울화가 치밀었다" 고 분개했다.

항의 중엔 "연금 낼게요. 돈 좀 벌게 해주세요" 라는 호소도 있다.

항의내용은 연금공단이 제시한 월소득 (신고권장 소득월액) 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비현실적이란 지적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는 공단측이 97년도 국세청 과세자료 등을 바탕으로 가입 대상자의 소득을 추정했기 때문. IMF로 실직.도산.폐업신고자가 속출하고 소득이 현저히 감소했는 데도 이런 상황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이같이 비난이 급등하자 보건복지부는 8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소득이 없거나 많이 줄어든 사람은 공적인 자료 대신 본인이 확인서만 쓰면 일단 인정해주는 방안을 마련했다.

8일까지 전체 대상자의 0.68%인 7만여명의 신고를 받은 결과 소득신고자가 44%로 납부예외 (23세 이상 실직자.학생.장애인 등).적용 제외자 (23세 미만 학생.군인 등)가 당초 예상했던 35%를 크게 웃도는 66%에 달해 전국민연금 취지도 퇴색하고 있다.

◇ 연금보험료 인상 = 4월부터 5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의 보험요율이 현행 평균보수액의 3%에서 4.5%로 50% 인상되는 것도 근로자와 재계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러한 조정은 근로자의 퇴직금 전환금에서 3%를 보험료로 따로 공제하던 것을 폐지하고 총보험요율 9%의 절반을 사용자와 근로자가 나눠내도록 했기 때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들의 한해 총 연금부담액은 현재 2조8천9백86억원 (98년 기준)에서 4조3천4백79억원으로 1조4천4백93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밖에 당국이 2030년께부터 나타날 국민연금기금 (98년말 현재 44조8천억원) 의 고갈을 예상해 연차적으로 연금보험요율을 인상하고 급여율은 낮추기로 한 것도 가입자들의 큰 불만을 사고 있다.

◇ 반환일시금 시비 = 국민연금 가입자가 자격상실 후 자신이 내온 연금보험료를 일시불로 받는 반환일시금제도가 폐지돼 지난달 2일 이후 실직 등으로 가입자 자격을 상실하면 반환일시금을 신청할 수 없고 대신 60세 이후에 노령연금을 받게 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반환일시금제도가 선진국에는 없고 연금도입 취지에 어긋나는 것은 사실이나 충분한 경과기간.홍보없이 폐지해 반환일시금으로 생활비를 임시변통하려 했던 사람들에게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다" 고 지적했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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