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패트롤] 끝내기 수순 돌입한 車빅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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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어떻게 될까. 숨가쁘게 전개되는 삼성자동차 빅딜 (대기업간 사업교환) 이 과연 예정대로 이번 주에 마무리될 수 있을까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과 대우, 두 당사자의 계산은 워낙 차이가 나 자율적인 합의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장관들이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선 가운데 양측 대표가 시한 (15일) 까지 못박은 합의서에 서명.발표한 터라, 더 이상 시간 끌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삼성차 빅딜은 정부 '심기' 를 건드리지 않는 수준에서 절충이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

이뿐 아니라 정부는 여세를 몰아 현대 - LG간 반도체 빅딜까지 설 이전에 마무리 지을 요량으로 더욱 거세게 밀어붙일 태세다. 두 그룹 역시 활발한 물밑 협상을 벌이는데다 노사 갈등도 타결 기미를 보여 반도체도 잘하면 일단락 지어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문제가 완전 매듭지어질지는 미지수다. 당장은 등 떼밀려 도장 찍을지 몰라도, 수천억 수조원이 왔다갔다 하는 판이라 두고두고 분란의 소지가 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개인휴대통신 (PCS).기아.한보 등…. 지난 정권 때 이뤄진 일들이 현재 경제청문회에서 도마 위에 올라 난도질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중에 빅딜은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

지난 주말 노조 찬반 투표로 파업이 결정된 기아사태도 조짐이 심상찮다. 아직 행동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후속 협상 결과에 따라 빠르면 이번 주중에 파업시기가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나름대로 속사정은 있겠지만 부도 나서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주인까지 바뀐 회사가 임금인상.상여금 반환 문제로 파업 위기에 처한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

게다가 구조조정 와중의 많은 기업들이 기아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 다른 곳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번 주에도 경제장관들이 계속 지방을 방문한다. 재경부에 이어 산업자원.노동.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9일까지로 예정된 잇따른 지방 나들이에서 다시 적잖은 '선물 보따리' 를 풀어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 경제가 워낙 어려워 불가피하다지만, 아직 경제 여건과 전망이 극히 불투명한 상태에서 선심성 정책을 마구 쏟아낸 결과가 어떨지는 곰곰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정태수 (鄭泰守) 전 한보총회장이 청문회에서 "김영삼 (金泳三) 전대통령에게 1백50억원을 줬다" 는 '폭탄 발언' 을 한 데 이어 이번 주에는 의원 질문에 대한 서면답변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그 내용과 수위에 따라 정치권은 물론 경제계가 다시 한바탕 회오리에 휩싸일 수도 있어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지금으로선 전혀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金 전대통령의 청문회 출석 여부도 파장 국면인 청문회의 막판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왕기 산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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