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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영재들의 꿈, 왜 못 키워 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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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과학 ‘영 파워(young power)’만 출중한 게 아니다. 일반 학생의 수학·과학 실력도 세계 최상급이다. 200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세계 고1 학생 40만 명을 비교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가 그 근거다. 우리 학생의 과학 점수는 522점, 수학은 547점으로 OECD 평균보다 각각 22점과 49점 높았다.

이런 성과는 사실 ‘기적’에 가깝다. 어린이에게 과학자의 꿈을 심어줘야 할 초등학교는 과학 전담 교사가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실험실도 부족하다. 중·고생들은 과학 문제 풀이를 달달 외우기 바쁘다. 과학을 쉽고 재미있고 흥미롭게 배우려면 실험이 필수인데 학교 현장은 너무 척박하다. 그렇지만 중·고교생 과학 영재들의 실력은 쟁쟁하다. 잘 키우면 세계 과학계의 리더가 될 잠재력 있는 새싹이 많은 것이다. 얼마 전 산화한 나로호의 한(恨)을 풀어줄 우주 탐사의 주역도, 노벨과학상 수상자도 이들 가운데 나올 수 있다. 우주 탐사 원천기술을 개발해 ‘스페이스 클럽(space club)’ 가입국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당당히 밝힌 학생도 있다.

과학 영 파워들의 독창성·창의성·열정이 영글도록 지원하는 것은 어른의 책임이다. 역대 노벨 과학상 수상자 530명의 상당수가 20~30대에 결정적인 연구 성과를 올렸다고 한다. 젊은 과학도가 마음껏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환경·시설·인력을 지원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려면 과학정책의 손질도 필요하다. 미국·일본·유럽은 기초연구·개발·응용연구 3대 핵심 분야 투자비 가운데 50~60%를 기초연구에 쓰고 있다. 우주개발이든, 첨단생명공학이든 원천기술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세 분야에 30%씩 나눠주기를 한다. 사람에 대한 투자도 인색하다. 기술 종속을 벗어날 출발점을 잘못 짚은 것이다.

한국 과학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관리·지원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그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10대 때는 세계 1등인데, 왜 성인이 되면 10등·100등으로 밀려나는가. 단기 성과에만 급급해 과학 새싹의 꿈을 키워 줄 사후관리 시스템 구축에 소홀한 게 아닌가. 정부·대학·연구소·학교가 모두 곱씹어봐야 할 과제다.

양영유 교육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