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고검장 면직 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심재륜 (沈在淪) 대구 고검장에 대해 항명 1주일만인 3일 면직결정이 내려졌다.

면직 결정은 검사징계법에 규정된 징계의 종류가운데 최고 수위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결정은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沈고검장의 성명 발표 직후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이를 '항명' 으로 규정했고, 박상천 (朴相千) 법무장관도 검찰 수뇌부에 계속 힘을 실어줬던 점에서 그 기류를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항명파동 이후 극도로 동요하고 있는 검찰의 기강을 바로잡겠다는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7일 불거져나온 沈고검장의 항명은 곧바로 평검사들의 동요로 이어져 사상 초유의 연판장 파문을 촉발시킨 직접적 계기가 됐다는 것이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의 판단이다.

한 징계위원은 "나름대로 沈고검장의 소명에 이해할 만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검찰조직의 생명인 기강을 뒤흔들어 놓았다는 점에서 '극약처방' 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고 말했다.

이 위원은 또 "대검이 발표한 沈고검장의 비위사실이 과연 증거가 완벽한 것이냐에 대해 위원들간에 논란이 있었으나 징계수위에 대해선 이견이 없었다" 고 말했다.

또 沈고검장이 검찰 재직 중에 일궈논 공로와 훈장을 받았던 점 등 징계수위를 낮출 수 있는 참작사유가 있었으나 항명은 어떤 이유로든 용납할 수 없다는 명분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沈고검장에 대한 징계사유는 크게 세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성명서를 통해 검찰총장의 퇴진을 요구한 행위로 검사징계법 2조에 규정된 '품위손상' 에 해당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특히 징계위원들은 沈고검장이 성명서에서 검찰 수뇌부와 이종기 (李宗基) 변호사간의 이른바 '빅딜' 설을 퍼뜨린 점에 대해서도 같은 사유가 적용됐다.

또 항명 당일 근무지인 대구를 떠나 대검청사에 나타난 것은 '근무지 이탈' 로, 사건 소개경위 등에 대한 대검 감찰부의 재조사 요구를 거부한 것은 '명령불복종' 으로 각각 규정됐다.

떡값.전별금 수수 부분은 징계시효가 지나 징계수위를 결정하는데 참작만 했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는 2일 평검사회의에서 "총장을 중심으로 단결하자" 는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평검사들의 동요를 진정시킨 데 이어 沈고검장에 대한 면직결정으로, 항명이나 집단행동과 같은 '기강파괴' 행위는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예영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