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파동]검찰 첫 간부징계위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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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검찰조직을 일대 격랑 속으로 몰아넣은 항명파동의 주인공 심재륜 (沈在淪) 대구고검장은 3일 오후 2시50분쯤 과천 법무부 청사에 도착했다.

沈고검장은 소명자료의 내용과 향후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담담하다" 고만 말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沈고검장은 징계회의에 앞서 박상천 (朴相千) 법무장관과 40여분간 대화를 나눴다.

그는 먼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고 사과한 뒤 "그러나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엔 지금도 변함이 없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朴장관은 "평소 沈고검장을 나쁘게 보지 않았는데 억울함이 있으면 왜 먼저 내게 얘기하지 않았느냐" 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오후 3시 정각에 시작될 예정이었던 징계회의는 3시25분에 시작됐다.

참석자는 징계위원장인 朴장관을 비롯, 김상수 (金相洙) 서울고검장.박순용 (朴舜用) 서울지검장.최경원 (崔慶元) 법무차관.신승남 (愼承男) 검찰국장.김경한 (金慶漢) 교정국장.이종찬 (李鍾燦) 대검 총무부장 등 모두 7명. 먼저 愼국장이 沈고검장의 징계사유에 대한 예비심사결과를 보고했다.

愼국장 (사시 9회) 은 沈고검장 (사시 7회) 과 서울대법대 동기생이어서 평소 절친한 사이. 沈고검장의 징계사유는 대검 감찰부의 조사를 거부, 명령에 불복종한 사실과 항명파동 당일 근무지를 이탈하고 수뇌부를 비난해 품위를 손상한 사실 등이었다.

1시간여만에 차관실에서 기다리던 沈고검장이 회의장에 들어갔다.

그는 미리 준비해온 A4 용지 10장의 소명자료를 징계위원들에게 배포했다.

그는 되도록 말을 아꼈지만 "희생은 나로서 충분하고 후배들은 다치는 사람이 없었으면 한다" 고 말해 장내를 숙연케 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沈고검장의 소명자료에는 27년간의 검사생활에 대한 간략한 회고와 검찰이 발표한 비리혐의에 대한 반론, 항명성명서를 발표하게 된 심경 등이 담겨 있었다.

이에 앞서 沈고검장 출발소식이 전해지자 징계위원들은 몹시 곤혹스런 표정

을 지었다.

朴장관과 金고검장을 빼면 모두 沈고검장의 검찰 후배인 나머지 위원들은 "후배 손으로 선배를 징계하는 곤혹스러움 때문에 가급적 얼굴을 맞대고 싶지 않았는데…" 라며 말끝을 흐렸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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