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두 검사장 최병국.윤동민씨의 '한마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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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종기변호사 사건으로 사표를 제출한 검사장 2명 가운데 최병국 (崔炳國) 전주지검장은 1일 퇴임식을 가졌고 윤동민 (尹東旻) 법무부 보호국장은 휴가를 떠나 자리를 비우고 있다.

서울지검 공안부장과 대검 공안.중수부장 등 검찰 요직을 두루 거치며 강직하고 솔직한 성격 때문에 '선비' 로 불려온 崔검사장은 의혹에 휘말리자 " (검찰은) 선비가 머물만한 곳이 아닌가 보다" 라는 말을 후배들에게 남겼다.

그는 퇴임식에서 "옛말에 마지막 순간을 맞으면 새는 그 울음소리가 아름다워지고 사람은 그 말이 진실하다고 했다" 고 서두를 꺼낸 뒤 "지난 30년 10개월의 공직생활 중 세속에 오염되지 않고 청렴하고 강직한 검사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고 말했다.

이어 "오로지 명예만을 먹고 살며 티없는 진리만을 사랑하던 내 생애가 빛을 잃고 백주에 난장에서 뭇돌매를 맞아 송장이 돼 거적에 덮여 새끼줄에 동여매여 끌려나가고 있음을 본다. 땅을 치고 통곡하고 싶다" 고 한탄했다.

특히 "온 나라가 입시과외 열풍에 휩쓸릴 때도 사랑하는 나의 세 아이들에게는 과외 한번 시키지 못했고, 경제호황으로 온 사회가 흥청망청거릴 때도 나의 아내는 택시 한번 타지 않았으며 나는 옷가지 하나 사주지 못했다" 는 대목에선 끝내 울먹였다.

崔검사장은 "이런 피투성이의 노력들이 구조조정에 맞닿아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소위 떡값이나 받고 향응에 비틀거리는 부도덕한 공직자가 돼 퇴출의 대상이 됐다니 그저 억장이 막힐 뿐" 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에 대해 "맹수는 병이 깊으면 제 살을 물어뜯어 그것이 동티가 나서 죽음에 이른다" 고 말하고 도덕경.춘추전을 인용한 뒤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는 검찰이 되도록 더욱 노력해 달라" 고 당부했다.

尹검사장은 검찰 내 '황태자' 로 일컬어지는 법무부 검찰1과장을 역임하는 등 동기생 중 선두 그룹에 속했던 엘리트 검사. 친화력과 해박한 지식, 재치있는 언변 등으로 상하간 신뢰가 높았던 그는 李변호사가 대구지검 초임검사로 일할 때부터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와 비리 연루사실이 드러나면서 李변호사에게 "직계 선배를 궁지에 빠뜨렸다" 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는 전별금으로 받은 1백만원을 도서상품권으로 바꿔 여직원 등에게 나눠준 사실이 드러나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尹검사장은 사표제출을 요구받자 "사표를 내야할 만큼 비리를 저질렀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조직을 위해 물러난다. 벚꽃처럼 사라지고 싶다" 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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