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사건 수사발표]대법원, 연루판사 5명 처리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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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종기 변호사 수임비리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일단락되면서 태풍의 중심이 사법부로 옮겨가고 있다.

대법원은 1일 검찰이 검사장 2명을 포함, 현직 검사 6명의 사표를 받는 등 강경조치를 발표하자 내심 당혹 하고 있다.

특히 엄격한 상명하복 (上命下服) 구조의 검찰이 항명사태까지 겪으며 검사들을 희생시킨 이상 대법원도 이에 상응하는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지 않을까 벌써부터 조마조마하는 눈치다.

지난달 30일 검찰이 넘긴 금품수수 판사는 고법 부장급 2명, 지법 부장 2명, 평판사 1명 등 모두 5명. 대법원은 이날 "판사들 처리문제는 대법원의 독자적이고 엄정한 조사에 따를 것" 이라며 특히 '독자적' 이란 말을 수없이 반복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모든 조사는 대법원 인력관리실이 맡아 이르면 3일부터 관련자 소환조사에 들어갈 것" 이라며 "검찰기록과는 별도로 충분한 자체조사를 거쳐 오는 19일께 최종 결과를 발표할 방침"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과 관련, 8명의 판사가 무더기로 옷을 벗었던 것과 같은 최악의 사태는 재연되지 않으리란 게 일반적 분석이다.

우선 당사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이름이 거명된 판사 5명 중 1~2명은 "법원 조직에 누를 끼쳐 죄송하다" 며 사표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부분의 연루 판사들은 "과거의 관행을 가지고 법관생활에 종지부를 찍을 수 없다" 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일선 판사들 전체가 의정부.대전 법조비리 사건 이후 격앙된 분위기를 보이고 있어 대법원의 강도높은 징계가 의외의 돌발사태를 가져올지 모른다는 우려도 크다.

최근 판사 전용 통신망은 "여론몰이식 검찰 수사를 믿을 수 없으며, 일방적으로 판사들에게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는 취지의 글들이 수없이 올라오고 있다.

대법원은 일단 "무리하지 않을테니 우리를 믿어라" 는 입장이다.

하지만 비등한 여론도 만족시키고 내부조직도 보호하는 마땅한 '묘수' 가 없어 마냥 걱정스러워 하고 있다.

이와 관련, 내부적으로는 법관윤리강령의 취지를 살려 주의나 경고조치 또는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방안이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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