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이 본 한국·한국인] 한국대학 교수들도 놀 땐 ‘광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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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에서 6개월째 유학중인 나는 전공때문에 평소 인문대학 교수들과만 왕래해 다른 학부 교수들과는 잘 알지 못했다.

이번 학기 강원랜드에서 열린 워크샵을 계기로 여러 교수들과 함께 지내면서 ‘준엄한’ 한국 대학교수들도 놀 때는 이토록 ‘광분’한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사례 1: 교수밴드. 이미 소문을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한번도 볼 기회가 없었던 교수밴드를 저녁 행사를 통해 드디어 직접 봤다. 이 밴드는 남자 4명과 여자 1명으로 구성된 5인조 혼성 밴드로 구성원들은 모두 교수다. 보컬 한 명과 전자기타 2명, 베이스 1명, 드럼 1명의 팀원 모두 최신 유행의 옷과 선글라스를 입고 열정적인 락 연주를 선보였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젊은이들의 무대로 보일 정도였다. 가장 불가사의했던 것은 드럼연주자가 다름아닌 부학장이었다는 사실이다. 위풍당당한 부학장도 이렇게 즐길 줄 안다는 사실이 정말 신기했다.

#사례 2: 노교수 등산 모임. 특별한 것 같지 않지만 이 모임은 구성원 모두 예순 살이 넘은 노교수들로 이루어졌다. 머리는 모두 하얗지만 마음만큼은 여전히 젊은 노교수들에게선 청년들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활력과 패기가 전해졌다.
더 대단한 것은 구성원 모두 매 주말에는 아무리 바쁘더라도 벌써 몇 십년째 하루같이 산을 오른다는 점이다.

이런 부동심과 끈기는 일반사람이 해내기 힘든 일이다. 이 모임은 지난 달 왕복 3일 코스의 등산을 계획했는데 출발당일 갑자기 많은 비가 내렸다. 일정이 취소 된 줄만 알았지만 억수같은 비 조차 그들의 발걸음을 멈추진 못했다.

#사례 3: 남자끼리 술 마실 때도 러브샷. 대부분의 중국인들에게 러브샷은 주로 부부나 연인같이 남녀끼리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술 자리에서 일부 남자 교수들끼리 잇따라 러브샷을 하는 예상치 못한 광경을 목격했다. 게다가 학장이나 처장, 소장같이 높은 분들 또한 거리낌 없이 러브샷 하는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사례 4: 남자들은 폭탄주를 좋아해. 일반적으로 중국인들은 술 마실 때 섞어 마시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교수들은 달랐다. 최근 술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한국소주에 일본 사케, 유럽 맥주, 맥시코·스코틀랜드·필리핀 산 위스키와 브랜디 등 예 닐곱 종류의 술을 한데 섞어 마시며 매우 즐거워했다. 더 심했던 건 식사와 함께 술을 마신 뒤 2차로 간 술집에서 또 술을 마시고 3차 노래방에서 또 술을 마시며 놀다 새벽이 되어서야 숙사로 돌아간 점이다.

#사례 5: 춤추는 노래방. 술집에서 2차가 끝났지만 여전히 지치지 않은 사람들은 3차로 노래방을 고집했다. 학장은 마이크를 한번 잡으면 놓지 않을 정도로 노래방가기를 무척 좋아했다. 한 곡 부를 때마다 시선을 한 곳에 두고 박자에 따라 몸을 움직이는 춤을 추셨다. 어디서도 배울 수 없을 듯한 그 자연스러움에 모두들 즐겁워 했다. 다른 교수가 노래를 부를 때에도 옆에서 장단을 맞춰 춤을 췄다.

한편 노래방에는 중국 노래 또한 많이 있었다. 일행의 성화에 나는 두 곡의 중국 노래를 선보였다. 내가 저우화졘(周華健)의 ‘친구’를 부를 때 곁에 앉아 계셨던 양 교수님도 함께 불렀다. 알고 보니 그는 저우화졘의 음반을 수집하는 열렬한 팬이었다.

필자= 환구망(環球網) 블로거 wind123

정리= 선우경선 중국연구소(kysun.s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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