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균의 뉴욕에세이]팔수없는 명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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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뉴욕 공연예술의 중심지 링컨센터가 최근 노후시설 개.보수 비용을 마련키 위해 보유하고 있는 그림 1점을 팔려다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무릎을 꿇었다.

문제의 그림은 미국이 자랑하는 현대미술가 재스퍼 존스 (68) 의 '숫자, 1964' .지난달 매각방침이 발표되자 바로 1천5백만달러 (약 1백80억원)에 사겠다는 제의가 들어왔을 만큼 인정받는 작품이다.

존스는 앤디 워홀.브로이 리첸스타인 등과 함께 팝 아트의 대가로 꼽히는 인물. 링컨센터의 시도는 그러나 즉각 미술가.일반 대중의 반발에 부닥쳤다.

뉴욕주 검찰까지 나서 과연 링컨센터 이사회가 이 그림을 처분할 권리를 갖고 있는지 조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숫자, 1964' 는 대중의 미술품이며,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사유재산이 아니라는 것. 우선 링컨센터내 뉴욕주립극장이 건설될 당시 건축책임자였던 필립 존슨 (92) 이 개관 (1964년) 을 앞두고 건물의 완성미를 높이기 위해 극장 로비에 걸어놓을 목적으로 의뢰했다는 제작경위가 그렇다.

존슨은 자신이 무명이던 시절부터 작품을 사준 존슨과의 의리, 그리고 대중이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장소에 전시된다는 의미 등을 고려, '최소한의 수고비' (1만여달러) 만 받았다고 한다.

어떤 기관이 형편이 어려워 소장하고 있던 미술품을 파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러나 링컨센터의 경우는 다르다.

'숫자, 1964' 는 아무래도 공공의 재산에 더 가깝고, 지금 있는 자리를 떠나서는 그 빛이 많이 바랠 것 같기 때문이다.

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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