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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고급매장으로 변신 경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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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주요 백화점들이 서둘러 '싸구려 이미지' 벗기에 나섰다. 소비 심리가 조금씩 되살아나는 기미를 보이자 고급 백화점 이미지 굳히기 경쟁에 나선 것.

겉으론 한결같이 지난 1년여동안 불황 타개를 위해 할인점과 가격인하 경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이젠 다시 차별화된 고품격 정통 백화점으로의 이미지 쇄신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내심은 IMF체제이후 중산층 몰락과 대조적으로 되레 확고하게 부각된 고소득층 소비자를 겨냥한 판촉 전략에 촛점을 맞추기 위해서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명품관 꾸미기 경쟁 = 롯데는 최근 명동 본점을 명품관 이미지로 얼굴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그간 대중성을 무기로 한 롯데가 대변신하는 셈. 이에 따라 롯데는 우선 명동 본점을 재단장하면서 1층과 4층을 국내서 내로라는 명품관으로 꾸밀 계획이다.

롯데는 현재 화장품과 구두 등 일반 잡화로 꾸며진 1층 매장을 수입 고가품으로 대체해 이른바 '명품 토탈매장' 으로 샤넬 상표가 붙은 고급 수입 의류까지 선뵌다. 물론 일반 잡화도 루이뷔똥이라는 가방류 등 각종 피혁 소품으로 교체 된다.

특히 롯데는 향후 백화점 이미지를 최고급화하기 위해 1층을 열린 공간이 아닌 각 매장별 칸막이 공간으로 꾸미기로 했다. 예컨데 넥타이 매장만을 따로 작은 칸막이 공간으로 고급스럽게 꾸며 '숍인숍 (Shop in shop)' 으로 선보인다.또 4층도 수입 의류품만을 파는 명품관으로 점차 바꿔 나갈 계획이다.

신세계도 명동 본점을 명품관으로 꾸민다는 전략이다. 신세계는 지난해말부터 본관 1층에 위치한 구두매장을 뒷편인 신관으로 이전시키면서 이곳에는 이태리 수입 브랜드인 푸라다.페레가모.구찌 등 의류.잡화로 교체해 고급화시켰다.

또 연내에 명품관 이미지에 맞게 프랑스 등의 신규 브랜드 7개를 추가로 유치키로 했다. 이밖에 신세계는 영등포.인천.광주점도 고급화 브랜드로 서둘러 바꾸고 있다.

이에 앞서 현대도 고급백화점을 추구하면서 지난해말 서울의 강북 상권에 자리잡은 그레이스 (현대 신촌점) 를 인수한후 중저가에서 고가 명품 판매장으로 변신했다.

현대는 IMF체제에도 불구하고 중저가 백화점이던 그레이스를 새롭게 변신시켜 샤넬.버버리.발리 등 고가 수입 명품을 앞세웠다. 이같은 전략으로 현대는 지난해 7월 인수이후 월평균 3백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는 등 의외의 결과를 얻었다. 현대 신촌점은 대부분의 백화점들이 지난해 두자리수 이상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나 이 점포는 이같은 영향으로 - 5.2%에 그칠 정도.

갤러리아도 압구정점의 기존 명품관을 대폭 강화, 2층에 뉴욕의 첨단 디자이너 브랜드를 묶은 복합 명품매장 (로즈로코 뉴욕) 을 내달 1일자로 선뵌다.뉴코아도 올해부터 중저가 시장 브랜드 이미지에서 고급화 이미지 구축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 왜들 이러나 = 현대 관계자는 "백화점의 본래 모습은 일반점포와 달리 명품.패션으로 승부를 거는 것" 이라며 "각 업체들이 이같은 차별화된 고급 이미지 구축의 선점 경쟁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고 말했다.

백화점의 주요 핵심 고객은 역시 중산층이 아닌 고소득층일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들은 중산층을 과소비 분위기로 끌어들이기 위한 판촉전략이 아니라 확실히 존재하는 고소득층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판촉 전략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백화점들이 가전.식품.생필품 등이 10%안팎의 적은 마진률을 보이는 반면 수입의류 등 고가 명품은 30~35%정도의 높은 이윤이 보장되자 수익성 제고 차원에서 명품 전략으로 바꾸고 있는 추세" 라고 말했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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