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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표 기지개 …속단은 이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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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생산과 소비.투자 등 실물 경기지표들이 크게 좋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경기가 지난해 4분기에 저점을 통과해 회복국면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개월간의 지표만을 보고 경제상황을 속단하기엔 이르며, 향후 우리경제의 진로는 기업 구조조정과 노사문제.국제금융시장 동향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 지표는 좋다 = 28일 통계청이 내놓은 '98년 12월 산업활동동향' 에 따르면 산업생산은 전년 같은 달보다 4.7% 증가, 98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출하도 수출이 늘고 내수 감소폭은 줄면서 전체적으로 0.3% 늘어나 98년 중 처음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0.5%로 9월 (70.0%) 이후 석달만에 70%대로 올라섰으며, 재고는 98년중 최대폭인 17.1%나 줄어 재고조정이 거의 마무리됐음을 보여줬다.

소비는 도소매판매가 2.7% 감소했으나 감소폭이 98년중 (평균 마이너스 12.5%) 가장 적어 소비심리가 점차 살아나고 있음을 반영했다. 기업들의 향후 투자동향을 나타내는 국내 기계수주는 0.8% 늘어나 98년중 처음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이같은 경기상황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2% 늘어나 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은 최근 "경기가 이미 지난해 4분기에 저점을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 고 진단했고, 이규성 (李揆成) 재정경제부 장관도 28일 "경기회복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 지난해 4분기 또는 올 1분기가 저점일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 지표에 거품은 없나 = 우선 반도체부문의 기여도가 너무 컸다. 12월 중 생산은 4.7% 늘어났지만 반도체 (65.3% 증가) 를 제외할 경우 오히려 감소 (마이너스 7.4%)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산업생산지수에서 반도체부문이 차지하는 실질 가중치는 20%에 달한다" 며 "반도체가 잘못되면 경기지표도 나빠질 수 있는 만큼 국내경기는 아직도 취약한 상태" 라고 말했다.

◇ 산적한 과제들 = 저임금.고실업 상태가 상당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설사 경기가 바닥을 지났더라도 상승속도는 매우 더딜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 (KDI) 연구위원은 "앞으로 경기가 본격 회복되려면 미래의 불확실성이 제거돼야 한다" 며 "이를 위해선 불확실성의 진원지인 기업 구조조정이 확실히 마무리되고 노사관계도 원만히 풀려야만 한다" 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경기가 다소나마 좋아지고 있지만 여기에 들떠서는 안되며, 오히려 구조조정의 좋은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고 말했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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