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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모르는 국정원 퀴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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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가정보원(원장 고영구)이 홈페이지 어린이 북한 퀴즈코너에 부적절한 내용을 올려 물의를 빚고 있다. 북한 실정과 동떨어진 답을 요구하거나 남북 화해협력을 거스르는 문답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은 '북한에서 안경을 쓸 수 있는 사람'을 묻는 4지선다형 문제. 정답은 '당 간부 등 신분이 높거나 권력 있는 사람'으로 돼 있다. 마치 눈이 나빠도 특권층이 아니면 안경조차 못 쓰는 것으로 생각하게 하고 있다.

'김정일의 곱슬형 머리를 비꼬는 표현'을 묻는 문제의 정답은 '추세머리'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하해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소지가 있다. '김정일과 공산당 간부들의 여흥을 돋우기 위해 동원되는 여성'을 묻는 질문도 있다. 슬픔조.으뜸조.기동순찰조 등에서 답은 기쁨조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퀴즈로는 부적절한 내용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정보기관이 낸 문답에 아예 틀린 것도 많다. 북한의 초등학교가 뭐냐고 묻고 정답을 '인민학교'라고 적어 놓았다. 그렇지만 북한은 2003년 인민학교 명칭을 소학교로 바꿨다. 남한을 혼란스럽게 하려고 내보내는 북한 라디오 방송의 정답은 '구국의 소리'라고 홈페이지에 올렸다. 그러나 이 방송은 비방 중단 합의에 따라 2003년 8월 송출을 중단했다.

평양의 105층짜리 유경호텔을 주로 이용하는 고객은 누구냐고 묻는다. 인민군.귀순자.대학생이 아닌 외국인이라고 답해야 맞다. 하지만 유경호텔은 경제난으로 1990년대 초 골조만 세운 뒤 공사가 중단돼 평양의 흉물로 남아 있다.

국정원은 이런 퀴즈문제로 홈페이지(www.nis.go.kr)에서 10일까지 어린이 퀴즈왕 선발대회를 열고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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