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ATHENS] 주목! 이 스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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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서 감칠맛 나는 또 하나의 재미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월드 스타들의 대결을 지켜보는 일이다. 이번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누구를 주목해야 할까. 힘과 스피드와 기술에서 최고들을 모아봤다.

*** 수영- 이언 소프(호주) VS 마이클 펠프스(미국)

"마크 스피츠의 7관왕 기록을 과거의 기록으로 만들겠다."(펠프스)

"말은 필요없다. 결과로 보여줄 뿐."(소프)

한국시간 17일 오전 1시43분. 아테네 올림픽 옥외 수영장에서 둘이 맞붙는다. 자유형 200m에 출전하는 미국의 '수영 신동' 펠프스(19)와 호주의 '인간 어뢰' 소프(21). 뮌헨 올림픽 7관왕 마크 스피츠를 뛰어넘겠다는 펠프스로서는 소프와의 자유형 대결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자유형은 소프의 주종목이다. 200m 세계기록(1분44초06)을 갖고 있다. 올 시즌 최고기록(1분45초07)에서도 펠프스를 0초92 차로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소프가 '호주의 영웅'으로 떠올랐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당시 15세의 나이로 접영 200m에 출전했던 펠프스는 5위에 입상하며 장래를 예약했다. 그리고 4년 뒤인 지금 아테네에 왔다. 그는 지난달 올림픽 미국 대표선수 선발 대회 개인혼영 400m에서 4분8초41로 자신이 보유한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참가한 6개 개인종목 모두에서 출전권을 따내는 괴물이 돼 있었다. 지난해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도 무려 5개의 세계기록을 쏟아내며 3관왕에 올랐다.

이번 올림픽에는 자유형 200m, 접영 100.200m, 개인혼영 200.400m, 계영 3종목(4×100m 자유형.4×200m 자유형.4×100m 혼영) 등 8개 부문에 출전한다. 모두 금을 따면 8개다. 그의 주종목은 3개의 신기록을 갖고 있는 접영과 개인 혼영이다. 187㎝.79㎏의 유선형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원한 영법이 강점이다.

소프는 시드니 올림픽 당시 17세의 나이로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목에 걸어 '호주의 영웅'이 된 선수. 지난해 7월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에서 우승하며 영웅의 면모를 보였다. 195㎝.96㎏의 거구에서 나오는 파워와 유연성이 돌고래를 연상시킨다.

*** 레슬링 - 룰런 가드너(남.미국).하마구치 교코(여.일본)

시드니 올림픽 그레코로만 수퍼헤비급(130㎏)급 경기에서 룰런 가드너는 다시 태어났다. 13년간 무패행진을 벌이며 '시베리아의 불곰'으로 불리던 알렉산터 카렐린(러시아)을 연장전 끝에 1-0으로 누르고 우승했다. 이후 레슬링 그레코로만 최중량급의 1인자로 군림했다. 그는 그러나 2002년 겨울 스노모빌을 타다 눈보라를 만나 강물에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 12시간 만에 구조됐지만 온몸에 동상이 걸렸고, 결국 오른쪽 발가락 하나를 잘라냈다. 그러나 균형감각이 필수인 레슬링에서 그는 불굴의 의지로 재기에 성공했다.

하마구치 교코는 여자레슬링에서 금메달을 노린다. 여자 레슬링은 아테네 올림픽에서 처음 채택된 종목. 하마구치는 72㎏급에서 금메달 0순위로 꼽힌다. 170㎝.75㎏의 당당한 체격에 최고의 기량을 갖췄고 외모도 빼어난 스타다. 그녀는 2000, 2001년을 빼고는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세계선수권대회를 다섯번이나 석권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땄다. 70 ~ 80년대 반칙을 잘하고 태그매치에 유난히 강했던 프로레슬러 '애니멀 하마구치'의 딸. 14세 때 아버지처럼 프로레슬러가 되기 위해 아마추어 레슬링을 시작했다.

*** 여자 체조 - 스베틀라나 호르키나(러시아)

설명이 필요없는 현역 최고의 체조 스타다. 체조 선수치고는 큰 키(1m64㎝)에 우아한 외모까지 갖춰 '체조 여왕'으로 불린다. 1996년 애틀랜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단평행봉에서 2회 연속 금메달을 땄고, 유럽선수권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차례나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한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번에 과연 몇 개의 금메달을 딸 것인지가 관심거리다. 이단평행봉 3회 연속 금메달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올해 25세. 체조 선수로는 환갑을 넘은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올림픽에서 그의 모습을 보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크다.

*** 육상 100m- 아사파 포웰(자메이카)

포웰(右)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21세의 사나이다. 쟁쟁한 미국 선수들이 버티고 있는 남자 육상 100m에서 나날이 기록을 단축하며 무섭게 떠올랐다. 세계기록(9초78) 보유자인 팀 몽고메리(미국)가 약물 파문으로 이번 올림픽 출전이 좌절됨에 따라 시드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모리스 그린(미국.(左))과 금메달을 다툴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런던 수퍼그랑프리 대회에서 그린을 꺾고 우승했고, 올림픽 개막을 6일 앞두고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벨트클라세 골든리그 육상대회에서도 9초93을 기록, 그린(9초94)을 0초01차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땄다. 200m에서도 금메달에 도전한다.

*** 여자 장대높이뛰기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
스베틀라나 페오파노바(러시아)
스테이시 드래길라(미국)

여자 장대높이뛰기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처음 채택됐다. 하지만 '스포츠를 빙자한 예술'이라는 평가처럼 서커스를 연상시키는 플레이 덕분에 100m.마라톤과 함께 육상의 인기종목으로 떴다. 인기의 배경에는 미녀 3총사의 기록경쟁도 있다. 러시아의 두 신예 옐레나 이신바예바(22)와 스베틀라나 페오파노바(24), 그리고 미국의 노장 스테이시 드래길라(33)다.

지난해 7월 이신바예바가 당시 세계기록(4m80㎝)을 깨면서 드래길라의 4년 아성을 무너뜨렸다. 이후 이신바예바의 신기록 행진에 페오파노바까지 가세했다. 1년 만에 세계기록은 여덟번(이신바예바 6회, 페오파노바 2회) 바뀌었다. 현재의 세계기록은 이신바예바가 지난달 31일 세운 4m90㎝. 페오파노바의 최고기록은 4m88㎝, 드래길라의 최고기록은 4m83㎝다. 모두 올 여름에 세워졌다.

장대높이뛰기는 15 ~ 20보를 달린 뒤(스피드), 장대를 찍고 날아(파워), 바를 넘는 공중동작(테크닉)까지 세 요소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스피드와 파워는 페오파노바가, 테크닉은 이신바예바가 강점을 보인다. 15세까지 기계체조 선수였던 덕분에 이신바예바는 공중동작에서 탁월하다. 6년 전 키가 너무 커 장대높이뛰기로 종목을 전향한 그녀는 체조에서 닦은 탄탄한 기본기가 강점이다. 페오파노바는 키(1m63㎝)는 작지만 스피드와 파워가 좋아 전문가들은 이신바예바보다 낫다고 평한다. 최근까지 기복 없이 기록을 유지해온 점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시드니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드래길라는 최근 기록에서 하락세가 뚜렷하다. 하지만 노련한 경기운영이 빛을 볼 가능성도 크다.

*** 여자 다이빙 - 우밍샤(중국)

장강의 뒷물결은 앞물결을 밀어낸다. 여자 다이빙의 우밍샤(19.중국)가 거센 '뒷물결'의 대표주자다. 그간 여자 다이빙은 중국의 궈징징(22)이 간판스타였다. 시드니올림픽 은메달리스트,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2관왕. 그런 궈징징을 위협하는 차세대 스타가 바로 우밍샤다. 그는 지난해 대구유니버시아드 1m.3m 스프링 보드에서 궈징징을 눌렀다. 특히 깜찍한 외모와 대담한 묘기의 절묘한 조화로 한국 팬의 갈채를 받았다.우밍샤는 이번에도 궈징징과 함께 출전한다. 3m 싱크로나이즈드 스프링보드에선 호흡을 맞추기도 한다. 그러나 개인전에서 양보란 없다.

*** 여자 마라톤 - 폴라 래드클리프(영국)

'마라톤의 여제'란 별칭이 어색하지 않은 세계기록(2시간15분25초) 보유자. 남자 마라톤과의 기록 차이를 15분대에서 10분대로 좁혀놓았다. 평소대로만 달려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은 그의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먹이를 눈앞에 두고 최선을 다하는 호랑이처럼 그는 여전히 신중하다. 피레네 산맥에서 고지훈련 중인 그는 최근 "다른 종목은 제쳐두고 마라톤에만 참가하겠다"고 밝혔다. 역시 우승이 유력하던 1만m 포기 선언이었다. 마라톤의 본산 아테네 평원에서 월계관의 주인이 되기 위해 올인을 외친 것이다.

*** 바로잡습니다

13일자 W5면에 실린 올림픽 수영부문 기사의 관련 사진 두 장은 모두 호주의 이언 소프 선수 사진입니다. 소프의 다른 사진을 미국의 마이클 펠프스 선수로 잘못 알고 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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