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파업'장기화 여파로 수출시장 연 10억불 날릴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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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LG반도체와 대우전자의 파업이 장기화하자 주요 거래선인 컴팩컴퓨터.한국휴렛패커드 (HP).한국IBM.필립스 등이 잇따라 대만과 일본으로 거래선을 바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연 10억달러 규모의 수출시장이 대만.일본 등 경쟁업체에 뺏길 위기에 처했고 그 파장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번 거래선이 돌아가면 2~3년간은 회복되기 어렵다" 면서 "조속하고 원만한 타결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고 지적했다.

미국HP를 대신해 대우에서 PC 모니터를 수입하는 한국HP는 최근 본사 지시로 대만 업체와 흥정에 들어갔다.

회사 관계자는 "대우에서 연 2백만대 (2억5천만달러) 를 공급받고 있는데 파업으로 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며 "1주일안에 공급이 재개되지 않으면 거래선을 바꿀 계획" 이라고 말했다.

대우에서 연간 2억달러어치의 모니터를 사가는 컴팩컴퓨터 고위 관계자도 "조업중단이 며칠만 더 계속되면 대만으로 거래선을 돌릴 계획" 이라고 밝혔다.

한국IBM도 27일 비상대책회의를 갖고 현재의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컴팩은 또 LG반도체로부터 사들이는 연간 4억달러의 D램중 2억달러어치를 일본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 관계자는 "일부는 삼성.현대전자 물량으로 충당하지만 여유가 충분히 않아 외국 업체를 물색하고 있다" 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에서 5억달러어치를 구매한 필립스코리아도 파업이 장기화하면 거래선을 돌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파업으로 수출 차질은 물론 노조에 대한 인식이 악화되는 등 한국의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면서 "이로 인해 타퉁.에이서.컴펠.델타 등 대만 업체 등이 반사이익을 보게 됐고 자칫하면 파문이 다른 업체에까지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고 말했다.

대우는 고용보장 등을 요구하며 22일부터 파업에 돌입, 구미.광주 등 전 공장의 가동이 중단돼 5백억원 이상 매출손실을 보고 있으며, LG반도체 역시 24일부터 하루 1백억원 이상의 생산차질에다 납품은 물론 주문조차 못받고 있다.

이민호.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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