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바둑]이창호-마샤오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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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白, 풀리다

제3보 (24~34) =제자리걸음하는 우물 정 (井) 자의 백을 향해 흑가 빚쟁이처럼 쫓아온다. TV해설을 준비하던 조훈현9단은 "마샤오춘이 손바람을 내고 있네" 한다.

24로 달아날 때 25의 전열 정비가 산뜻해 흑의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 26으로 치받아 삶을 서두르자 馬9단은 16분의 장고 끝에 27로 강습했는데 曺9단은 대번에 "이상하다" 고 고개를 젓는다.

27은 29를 선수한 뒤 평범하게 '가' 에 뛰었으면 공세가 이어질 수 있었다.

28로 젖히자 흑모양에도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갑갑하던 백에도 비집고 나갈 틈이 생겼다. 표정이 없는 李9단이니까 알 수 없지만 이때는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이다. 31로 '참고도' 흑1로 끊을 수 있다면 흑으로선 바랄 나위 없을 것이다.

그러나 2를 선수한 뒤 4로 반격하는 수가 있어 12에 이르러 흑이 거꾸로 파탄에 빠지는 것이다. 31로 지키자 32로 나왔다. 32로 '나' 에 호구치는 수가 좋아보이지만 그것은 흑 '다' 가 힘차다.

32가 흑의 전열을 흔들어놓은 호착으로 이창호 특유의 실전감각이 물씬 느껴진다. 33에서 대마의 안전을 확인한 李9단은 반상 최대의 34로 전향할 수 있었다.

대마는 밖으로의 탈출과 '라' 의 집내기 등 탄력이 풍부해 흑도 더이상 공격할 수 없다. 흑 때만 해도 어둡기만 하던 백의 하늘이 34에서 환하게 개었다.

박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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