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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아픔 간직한 한국 국제 난민 보호 앞장서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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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이달 17일자 39면 “로보트태권브이, 세계 무대로 날아갑니다” 기사를 읽고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 대표로서 매우 반가웠다. 태권브이는 지난해 7월부터 UNHCR 한국대표부의 친선사절이기 때문이다. 정의를 수호하는 태권브이의 이미지를 통해 전 세계 4200만 난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자는 취지를 중앙일보가 잘 반영했다는 생각이다.

유엔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었던 6월 20일자에도 ‘졸리 피트 커플 100만 달러 기부’ 기사를 통해 UNHCR 관련 활동을 독자들께 알리는 등 난민 구호 활동에 대해 중앙일보는 꾸준히 관심을 보여줬다. 이에 덧붙여 UNHCR 활동과 난민 문제에 대해 한국민들에게 꼭 알리고 싶은 얘기가 있다.

대한민국은 1992년 난민협약과 난민의정서에 가입했다. 1994년엔 정식으로 난민인정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2000년부터 유엔난민기구 집행위원회 회원국으로 활동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한국의 성숙한 문화와 경제발전·인권상황에 비하면 난민인정 제도와 시행 절차는 부분적으로 개선 필요성이 있다. 난민신청자들은 신청 접수부터 인터뷰 혹은 비호신청 관련 재판까지 절차적으로 충분한 보장을 받지 못한다. 난민 인정을 받아도 사회보험 수혜 대상자가 아니어서 여전히 이방인 신세를 벗지 못한다.

유엔난민기구는 난민지위 신청자를 위해 정당한 절차를 보장하고, 취업할 권리와 난민지위 인정자들의 사회통합 지원을 포함하는 포괄적 난민법을 지지해 왔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월 ‘난민 등의 지위와 처우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난민에 대한 관심은 낮은 편이다. 아마도 많은 한국인이 난민 문제 하면 아프리카나 먼 중동에서 발생하는, 한국과는 거리가 먼 문제로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6·25 전쟁으로 실향의 아픔과 배고픔, 이산가족의 이별을 경험한 한국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6·25 당시와 비슷한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는 난민들의 처지를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가 인도주의적 난민 보호에 적극 동참하고, 난민 문제 해결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주길 바라 마지않는다.

제니스 린 마셜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