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유실물 1만여건 낮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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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하루 이용객 4백50만명이 넘는 서울 지하철. 매일 수백개의 유실물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찾아가는 사람이 절반도 안되는 데다 창고는 턱없이 부족하다.

유실물은 마대에 담겨 산더미 처럼 쌓인 채 곰팡이가 슬어가고 있다.

◇ 유실물 실태 = 5호선 개통과 함께 문을 연 왕십리유실물센터에는 현재 6천1백여건의 유실물이 마대자루에 담겨져 빼곡히 쌓여있다.

배낭.서류가방.쇼핑백.지갑.시계.의류는 물론, 돼지저금통.핸드폰.오토바이 헬맷.고서화 액자 등 없는게 없다. 이중 2천5백여건이 지난 한해동안 쌓인 것이다.

센터측은 지하2층 교육장 한켠에 마련한 10여평의 임시보관장도 모자라 새 창고를 물색중이다.

현재 왕십리역.시청역 등 5곳의 유실물센터에는 최소한 1만여건의 유실물이 마대속에서 썩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 문제점 = 멀쩡한 물건을 잃어버리고 "또 사면 된다" "귀찮다" 는 이유로 찾으려는 노력 조차 않는 시민의식이 일차적인 문제다.

하지만 지난 61년 제정돼 95년 개정된 현행 유실물법도 다시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현재는 유실물센터에서 1주일간 공고하고 경찰로 넘겨진후 다시 14일간 게시가 된 후 창고로 간다.

법정 보관기간이 1년~1년6개월이나 되다보니 의류 등은 마대에 담겨져 창고에 보관되는 동안 곰팡이가 슬거나 눅눅해져 불우시설 기증조차 불가능하다.

또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 유실물의 처분권을 경찰만이 쥐고 있는 것도 문제다.

처분권이 있는 서울시경유실물센터 (2299 - 1282) 는 그나마 현금과 귀중품 등 돈되는 물건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있다는 것이다.

유실물센터 관계자들은 "현행법은 분실물의 종류가 다양화된 현실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 며 "습득물 공고기간은 한달 가량 늘리는 대신 법정 보관기간은 6개월 정도로 대폭 단축시켜야 한다" 고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 찾는 방법 = 신고후 5곳의 지하철유실물센터 (▶왕십리역 2298 - 6767 ▶태릉입구역 949 - 6767 ▶시청역 753 - 2408 ▶충무로역 2271 - 1170 ▶구로역 869 - 0089) 로 신분증을 들고 찾아가면 된다.

이밖에 PC통신 (go lost) , ARS (700 - 2231) , 신문공고 등도 참고하면 된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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