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이상적 '학래가 우물에 빠져…'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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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곤궁한 인생길 한번 삐끗하여 황천행 하 다니

하늘가에서 술잔 올리나니 수선 (水仙) 이 여 내려오소서

70년 세월 저술을 많이도 했거늘

어찌 정관편 (政觀篇) 으로 절필하시었소

- 이상적 (李尙迪1804 - 1865) '학래가 우물에 빠져 죽음을 듣고' 중

여기 조시 (弔詩) 한 편이 있다.

시의 주인공 학래 이청 (李晴) 은 정약용 유배 19년 동안의 제자이다.

다산의 웅대한 학문이 그 자신의 역량이기도 하지만 그를 따르는 제자들의 도움이 적지 않았다.

그들을 다산학단 (茶山學團) 이라고 임형택 교수는 이름짓고 있다.

이청은 천문학을 전공했는데 스승이 세상 떠난 뒤 70세를 넘겨 하늘을 관찰하다가 우물에 빠져 죽었다.

그가 남긴 정관편도 일세의 천문학이었다.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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