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투수 장원준 '롯데의 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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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프로야구 두산의 양승호 수석코치는 지난 10일 마산 롯데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롯데 껌을 돌렸다. '롯데를 씹어 버리자'는 뜻이었다. 롯데 직원들도 이날 점심으로 곰탕을 먹었다. '곰을 삼켜버리자'는 의미였다.

두산과 롯데가 이런 기(氣) 싸움까지 벌이는 까닭은 '곰의 갈매기 징크스' 때문. 1위를 오르내리는 두산은 이상하게 '꼴찌' 롯데에 약하다. 두산이 올 시즌 전적에서 뒤지고 있는 팀은 지난해 챔피언 현대와 롯데. 롯데는 반대로 올 시즌 전적에서 앞서고 있는 팀이 한화와 두산이다.

일단 이날의 임상실험(?)은 곰탕의 효과가 더 좋은 것으로 결론이 났다. 롯데의 4-2 승리. '대표 갈매기'는 바로 고졸신인 투수 장원준(19.사진)이었다. 선발등판한 장원준은 6.2이닝 동안 단 3안타만을 내주며 1실점으로 막아냈다. 특히 5회까지는 볼넷 3개만을 내줬을 뿐 안타를 한 개도 허용하지 않는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다. 시속 140㎞대 초반의 직구를 가지고도 몸쪽 승부를 걸어오는 그의 배짱에 집중력을 자랑하는 두산 타선도 두 손을 들었다. 이승준이 6회 솔로홈런을 못 쳤으면, 두산의 타선은 장원준에게 완봉을 당할 뻔했다.

장원준은 이날 시즌 3승(4패)째를 올리며 롯데 마운드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물론 시즌 일정을 70% 이상 소화한 상태에서 3승은 많은 것이 아니다. 다른 구단에는 고졸신인이면서도 벌써 8승을 올린 선수(송창식.한화)도 있다.

그러나 롯데에선 얘기가 다르다. 타선의 기복이 심해 고졸신인 투수가 승수를 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고졸 투수 중 2승을 올린 경우도 10년 전인 1994년 주형광 이후론 없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3승은 대단한 성적. 게다가 지난 5월 말에야 선발진에 합류했고, 지난 1일 이후 2연승을 올렸다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희망'이라고 부르기엔 모자람이 없다.

"이제 마운드에 올라도 떨리지 않는다"는 장원준은 "선배들의 도움으로 요즘 잘 던지고 있다. 체력관리를 잘해서 시즌 끝까지 좋은 활약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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