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몽니' 부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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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공동 여당간 내각제 개헌논의가 뒤뚱거리는 기류다.

지난 5일 김종필 (金鍾泌) 총리의 청와대 주례보고가 독대 (獨對) 형식으로 바뀌면서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의 내각제 논의는 낙관적인 전망을 낳았다.

그러나 국민회의 일각에서 흘러나온 합당설이 자민련을 자극하면서 이런 낙관론이 삽시간에 부정적인 기류로 뒤바뀌고 있다.

이런 흐름은 총리실과 자민련 양쪽에서 모두 감지되고 있다.

金총리는 12일 올들어 두번째로 청와대 주례보고를 배석자없이 독대형식으로 치렀다.

그러나 독대를 마치고 난 金총리의 표정은 5일과 달랐다.

결과를 묻는 기자들에게 金총리는 오효진 (吳效鎭) 공보실장을 통해 "정치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는 짤막한 답변만 했다.

그러고는 입을 닫았다. 원래가 주례보고 내용을 시시콜콜 말하지 않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이날 발언은 받아들이기에 따라선 '냉소적인' 뉘앙스마저 풍긴다.

요즘 金총리의 심기도 그다지 밝은 것같지 않다는 게 총리실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金총리는 5일 독대 이후 '내각 구성권 등 총리의 권한을 강화하는 대신 내각제 공론화를 유보키로 했다' 는 얘기가 흘러나오자 격노하기도 했다.

뒤이어 불거져 나온 합당설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표출했다고 한다.

이런 심기가 반영된 때문인지 자민련은 내각제 공론화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당장 15일로 예정된 대전 신년교례회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12일 충우회 (忠友會.충남출신 각계 인사들의 모임) 신년교례회에 참석한 김용환 (金龍煥) 수석부총재는 기자들과 만나 "그날 (15일) 할 말은 다 할 것" 이라고 예고했다.

김칠환 (金七煥) 의원도 "두고봐라. 내각제 불길을 본격적으로 지필 것이다. 그게 총리에게도 힘을 실어주는 것" 이라고 했다. 물론 金총리는 측근들의 권고로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러나 오히려 金총리의 불참이 15일 행사분위기를 고조시킬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더구나 지금까지 별도로 행사를 가져왔던 충북도지부까지 이날 행사에 가세키로 했다.

조용히 넘어갈 듯했던 대전 행사는 이래서 본격적인 내각제 출정식처럼 준비되고 있다.

심지어 자민련 일각에선 독대형식의 청와대 주례보고에 대해서도 평가절하하는 기류가 번지고 있다.

한 의원은 "5일 독대 때 '잘해보자' 는 추상적인 얘기만 있었다더라" 며 " (국민회의가) 해도 너무한다" 고까지 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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