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신종 플루 환자 1000명당 1∼4명꼴로 사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역학 전문가의 이론적 추정에 따르면 한국도 전 국민의 20%(1000만 명)가 발병해 0.1%(1만 명)가 사망하는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중증 환자 발생을 줄이고, 예방 백신을 빨리 공급해 사망자를 최대한 줄이는 노력이 시급하다.”
-신종 플루에 대한 공포감이 다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번 신종 플루는 전파력이 아주 빠른데 인류는 아직 면역력이 없다. 사람들이 어떤 노력을 하든 신종 플루 바이러스는 제 코스를 갈 것이다. 1차 파동에 이어 2차 파동이 곧 올 것이다. 세계 인구의 최대 66%까지 감염돼야 면역력이 생겨 저절로 끝난다는 전망도 있다. 타미플루로 차단하고 백신으로 예방하면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진행을 마무리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방역 노력만 의존해선 안 된다.”
-가을과 겨울이 되면 더 위험한가.
“북반구가 가을철로 접어드는 2차 파동에선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1차 때는 검역으로 막았지만 2차는 막기 쉽지 않을 것이다. 3~4일 만에 환자 수가 배로 늘어날 수 있다. 특히 변종이 생겨 바이러스가 더 강해질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신종 플루의 최악 시나리오는.
“전파력이 강한 H1N1이 사망률이 높은 H5N1(조류 인플루엔자)과 돼지 몸 속에서 만나는 것이다. 다행히 아직 이런 변종은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은 환자 수가 3000명까지 급증했고, 최근에는 사망자도 2명이 나왔다.
“한국은 현재로선 최악은 아니지만 공식 집계와 달리 실제 감염환자가 얼마나 될지는 모른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의 경우 5월 말 입원환자가 4700명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제 환자 수는 20배인 10만 명으로 추정됐다. 한국도 공식 집계된 환자의 20배 수준(6만 명)이 될 수도 있다.”
-한국 정부는 어떤 대책을 추진해야 하나.
“4개월의 경험을 통해 신종 플루에 더 많이 걸릴 고위험 집단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임산부·청소년·심장병 환자·만성질환자, 당뇨와 고도비만 환자 등이다. 이들에게는 2차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료계뿐 아니라 가족이 정확하고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국제 공조 방안은.
“개별 국가가 노력해도 국제 공조가 없으면 소용없다. 전염병에 공동 대응 체계를 마련하기로 한 국제보건규약(IHR)이 2005년 생긴 이후 이번에 처음으로 6단계 경보가 발령됐었다. 환자 발생 정보를 각국이 정확히 공유해야 한다.”
-새로운 연구 성과가 있다면.
“일본에서 65세 이상 노인 4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대상자의 40%에서 항원·항체 교차반응이 보고됐다. 노인들이 이번 신종 플루에 상대적으로 적게 감염된 사실을 통해 H1N1과 유사한 바이러스가 60여 년 전에 출현했을 가능성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제기된 의미 있는 메시지는.
“임상시험에서 예방 백신 1회 투여로는 부족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만약 2회 이상 써야 한다면 백신 공급 사태가 더 심화될 수 있다. 미국·멕시코·캐나다·유럽연합(EU) 대표들은 국민과의 의사 소통이 제일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생명공학(BT)이 고도로 발달했지만 수많은 사람이 질병으로 숨지고 있다.
“통계적으로 사망 원인의 30%만 전염병이고, 70%는 암 등 퇴행성 질환이다. 약과 주사제 등 의학 기술이 생로병사 문제를 모두 좌우할 수 있다는 맹신은 금물이다. 개개인이 건전한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신영수=의료행정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지난해 9월 치러진 선거에서 임기 5년의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 지역 사무처장에 선출돼 올해 2월 취임했다. 미국 예일대에서 보건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의대 교수를 거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을 역임했다. 한국·중국·일본·호주 등 30개 회원국 18억 명의 건강을 책임지는 파수꾼이다. 신명수 신동방그룹 회장의 동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