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美 웨스 크레이본 감독 '스크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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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공포영화가 끊임없이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의 악마성에 대한 금기된 환상 혹은 호기심이 가진 흡인력 때문이다.

16일 개봉되는 공포영화 '스크림' (Scream) 은 영화 외적으로도 금기 품목이어서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지난해 국내 수입심의에서 두차례나 '거절' 을 당했었기 때문이다.

10대들의 잔인한 살인행각을 다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덕분에 이 영화를 보고싶어 안달하는 매니어 관객들이 늘어났음은 물론이다. 96년 미국에서 상영됐을 때 개봉 16주만에 흥행순위가 급반등한 기록은 이런 호기심을 더욱 부추겼다.

이 영화가 72년에 데뷔해 26년간 '나이트메어' 를 비롯해 16편의 공포영화를 연출해온 웨스 크레이본의 남다른 이력에 의해 빚어졌다는 사실은 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핵심적이다. 시나리오는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로 알려진 케빈 윌리엄슨이 썼지만 말이다.

이 영화는 '공포영화에 대한 영화' 면서 동시에 '공포영화에 바치는 헌사' 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이코' '13일의 금요일' 등 공포영화 13편이 줄줄이 언급되기도 한다.

시종일관 관객의 숨결을 휘어잡는 공포분위기에서도 관객들을 끊임없이 '즐겁게하는' 독특한 힘은 기존 공포영화의 관습을 뒤업는 혹은 그것을 천연덕스럽게 답습 (혹은 응용) 해 펼쳐놓은 상황과, 등장인물이 거침없이 뱉어내는 공포영화에 대한 '비난' 과 '항변' 에 있다.

"공포영화들의 규칙이 뭔데? 어떤 멍청한 살인자가 뛰지도 못하는 여자를 뒤쫓는거 다 똑같잖아" "호러영화가 살인자들을 만드는 건 아니야. 단지 살인자들의 상상력을 키워줄 뿐이지" 등 공포영화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요란한 '수다' 는 오히려 영화속의 '공포' 도 역시 '영화' 라며 차라리 관객을 위안한다.

감독은 범인이 살해할 여학생을 협박하는 대목에서도 감독 자신의 영화 '나이트메어' 의 주인공이 누구였나를 물어 맞추면 남자친구를 살려준다는 '코미디' 도 서슴지 않을 정도다.

그리고는 '연습문제' 라며 살인을 자행한다. 교장 살해사건과 미디어 조작을 통해 십대를 윽박지르는 기성세대와 미디어 조작에 대해 퍼붓는 야유도 만만찮다. 잔혹한 살해를 서슴지 않는 범인이 누구인지는 영화 막판까지 짐작하기 어렵다.

작고 조용한 마을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살인사건에 의해 모든 등장인물이 희생의 대상자로 떠오르고 동시에 용의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 팽팽하게 펼쳐진다.

이 영화는 영화 속에서 많은 공포영화를 논 (論) 하지만, 살인자가 정신이상자이며 그의 광기를 통해 살해동기를 설명하려 한다는 점에서 기존 공포영화의 관습에 머물러 있다.

물론, 이에 대한 항변까지 영화엔 다 들어있다. "아무 이유없는 살인이 더 무섭다" 고. 이 영화는 미국 개봉 당시 27주간 박스오피스에 랭크된 데 이어 2.3편까지 제작됐다. 공포영화를 여름에 보기 더 좋아하는 국내 관객들을 얼마나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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