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사도 IMF한파…차입금 감당못해 개인파산 줄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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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빚을 못갚는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한 제도인 소비자파산 (개인파산) 이 최근 급증한 가운데 의사.약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의 파산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초 법원이 파산자 9명에게 무더기 면책결정을 내린 후 소비자파산 신청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서울에서 10년 넘게 약사 생활을 하고 있는 李모 (37.여) 씨는 6일 "약국 개업때 빌린 보증금 5천만원과 이혼한 남편에 대한 빚보증 2천만원 등 3억여원의 빚을 도저히 갚을 능력이 없다" 며 서울지법에 소비자파산을 신청했다.

또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金모 (63.여) 씨도 이날 "93년 병원 의료기기를 구입하면서 빌린 돈이 30억원을 넘어 병원을 처분한다 해도 갚을 자신이 없다" 며 소비자파산 신청을 냈다.

이에 앞서 흉부외과 전문의 金모 (37) 씨도 "병원운영에 따른 부채 및 친구 대출에 대한 연대보증 등으로 채무가 8억6천만원에 달하지만 갚을 능력이 없다" 며 지난해말 부산지법에 소비자파산을 신청했다.

서울지법에 따르면 소비자파산 신청건수는 97년 3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부터 1분기 31건, 2분기 36건, 3분기 29건으로 소폭의 증가추세를 보이다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총 66건이 접수됐다.

특히 면책결정이 난 지난해 12월에는 42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법원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신용카드 대금을 못갚는 여사원이나 실업자.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들어 전문직들의 신청이 늘어난 것이 뚜렷한 변화" 라고 밝혔다.

소비자파산이란 재산보다 빚이 많아 이를 갚다보면 정상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에게 재생의 기회를 주기 위한 제도. 파산 결정을 받으면 재산상 채무는 모두 동결되며 법원의 실사를 거쳐 면책결정까지 받게 되면 빚 갚을 의무가 없어지고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진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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