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상의 신년사]'개혁.재건 주체는 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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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5일 새로운 화두 (話頭) 를 던졌다.

'개혁과 재건' 이 그것이다.

金대통령은 상공회의소 주최 신년인사회에서 "1999년 올해는 개혁과 재건의 한해가 돼야 한다" 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혁과 재건의 주체를 명시하고 그 주체를 기업이라고 적시했다.

지난 한햇동안 기업을 개혁의 대상처럼 여겨온 金대통령이다.

그래서 회초리도 들었고 야단도 치곤 했다.

그 결과 재벌의 구조조정을 이끌어냈다.

그런데 이제는 기업이 개혁의 가장 중심주체가 돼야 한다고 역설한 것이다.

적어도 표현상으론 상당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기업의 자기개혁을 촉구한 것으로 이해된다.

떼밀려서 개혁을 당하지 말고 스스로 앞장서 개혁하라는 의미다.

그것만이 기업이 살고 나라가 사는 것이란 메시지도 담았다.

지난 2일 정치권의 개혁을 촉구한 것과 같은 논리적 구조를 갖고 있다.

그때도 살고 망하는 것이 정치권 스스로에 달려 있다는 점을 역설했었다.

金대통령이 이날 기업의 역할을 이처럼 강조한 것은 기업에 대한 채찍질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 기초한 것 같다.

金대통령은 "기업인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력 없이 정부만 노력해서는 결코 바람직한 성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 지난날의 교훈" 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제는 기업들을 끌고 가기보다 뒤에서 밀어주는 쪽을 택한 것 같다.

그러자니 기업에 대해 과제를 던져주고 그 결과에 따른 적절한 논공을 하는 게 낫다고 본 것이다.

金대통령은 토인비의 말도 상기시켰다.

"역사는 끊임없는 도전에 대한 응전 속에서 발전하며 성공적인 응전은 창조를 통해 이뤄진다. " 金대통령은 지금 우리 경제에는 그런 과감한 창조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기업에 대해 창조의 역할을 부여했다.

金대통령은 경쟁력있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창조' 임을 거듭 강조했다.

金대통령은 이날도 정치권의 문제를 제기했다.

金대통령은 "나는 이제 우리 정치권도 나라경제의 개혁과 재건에 원군이 돼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고 했다.

그동안 그렇지 못했다는 뼈있는 경고다.

내각제문제 등 올해 정치현안을 감안하면 상당한 의미가 실려있다고 할 수 있다.

경제재건을 위해 정치권이 조용히 있어달라는 얘기와 다름없다.

金대통령은 그러면서 모든 노력을 제2건국운동에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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